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사 대책’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눈치 보는 공무원들 퇴출”
“세월호 선장 살인 행태”
강도 높은 비판 쏟아내
침몰사고·유언비어 수사 등
‘깨알 지시’도 되풀이
“눈치 보는 공무원들 퇴출”
“세월호 선장 살인 행태”
강도 높은 비판 쏟아내
침몰사고·유언비어 수사 등
‘깨알 지시’도 되풀이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세월호 침몰 참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특별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 직후 공개 발언을 통해 원고지 28장 분량의 지시를 쏟아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 책임자로서 책임있는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통감도 없었다. ‘엄단과 처벌’이 강조되고, 뒤늦은 위기관리 시스템 재구성에 대한 주문만 이어졌다. 정부에 악재가 닥쳤을 때 각 부처와 공무원들을 질책하며 정작 자신과 청와대의 책임은 피해 가는 특유의 ‘제3자 화법’이 또 등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먼저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초동 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지난 4월7일 회의 때 정부에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보면 이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논리인 셈이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현 ‘위기대응 시스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공무원들과 사고 책임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컸다.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탑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을 겨냥해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를 보였다며 “세월호 선박 수입부터 면허 획득, 시설 개조, 그리고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서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모든 게 의문투성이인데 누구를 엄벌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는 그 상황에서 자유롭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길고 고통스럽겠지만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는 대통령의 위로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는 세부적인 사항 하나하나까지 모두 지적하는 박 대통령의 ‘깨알 지시’ 패턴도 반복됐다. 박 대통령이 “선장과 승무원들의 평소 훈련 등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데도 감독기관에서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이나 “세월호가 어떻게 지난 2월의 안전점검을 통과했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여객선 점검 등을)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거나, “선박 탑승자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사고 당시) 다른 배들과 달리 세월호만 출항을 했다. 실제로 출항이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짚어봐야 한다” 등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됐던 세부적인 조사와 수사의 영역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유언비어나 루머를 지목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불순한 의도”라며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하라”는 지시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특유의 이런 ‘깨알 지시’는 큰 틀의 사고 수습과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청와대의 역할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 재난관리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예를 들어, 사고 발생 직후 (생명 구조에 가장 중요한 초기) 골든타임에서는 구조작업의 우선순위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사고 발생 직후 ‘특공대를 투입하라’고 했다. 그러면 (구조 현장의) 모든 게 그에 맞춰지게 마련이다. 당시 해경은 사고 지점을 뱅뱅 돌며 특공대 투입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찾기 위해 고민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즉흥적이거나 인상비평 수준으로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지시를 내리면, 오히려 상황을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석진환 하어영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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