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사퇴 결심, 왜?
관피아·금권주의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 곱지않은 시점
“버티면 선거에 악영향” 분석도
관피아·금권주의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 곱지않은 시점
“버티면 선거에 악영향” 분석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전관예우에 따른 거액의 수임료 논란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아울러 ‘관피아’(관료+마피아: 퇴임관료와 민간의 유착)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의 부담감, 후보자 본인 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 뒤 벌어들인 ‘5개월 16억원’의 수익은 전관예우로 문제가 된 역대 어느 사례보다 단기간에 큰 액수였다. 2011년 감사원장 후보였다가 낙마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 ‘7개월 7억원’ 수익이 문제가 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공감대가 형성된 ‘관피아’와 ‘금권주의’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그의 행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증폭시켰다.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변호사로 활동한 10개월 동안 늘어난 재산 가운데 남은 11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심의 향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기부했다고 밝힌 4억7000만원 가운데 3억원이 총리 지명 사흘 전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정타가 됐다. 총리 후보 지명을 의식해 기부를 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총리를 돈 주고 사려 한다’는 매관매직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밖에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에 위촉되고도 세무사건을 수임한 사실 등이 알려지는 등 의혹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 검증이 갓 시작되는 단계부터 쏟아진 논란과 의혹의 무게가 너무 커, 스스로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환경도 그의 사퇴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누리당 공식회의 공개발언에서 안 후보자를 옹호한 지도부는 윤상현 사무총장 한명뿐이었다. 최근 보수언론 등이 일제히 ‘안대희 사퇴론’을 주창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안대희 카드가 실패라는 것이 명확해지는 시점에 (여권이) 과감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빨리 털고 가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사로 27년을 살아온 그의 스타일도 빠른 사퇴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2일 총리 후보를 수락하는 연설에서 “개인적 삶을 모두 버리고,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평생 ‘칼’을 쥐고 살아온 검사로서의 기개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체면과 격식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그의 성품을 고려하면, 최근 겪게 된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치욕일 수 있다는 게 안 후보자 주변의 이야기다. 그는 28일 총리 후보 사퇴를 밝히면서도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관예우를 해본 적 없었고, (퇴직 이후에)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전관예우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총리직을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 후보가 된 뒤 가족들이 큰 괴로움을 겪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 스스로도 가족과 의뢰인에게 미안하다는 점을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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