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서 직접 몰고 온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문창극 카드’로 얼어붙는 정국
야권 “김대중·노무현 비판칼럼
인간의 도리를 망각한 수준”
새누리 겉으론 “합리적인 분”
내부선 “검증할 과거 경력 없어”
야권 “김대중·노무현 비판칼럼
인간의 도리를 망각한 수준”
새누리 겉으론 “합리적인 분”
내부선 “검증할 과거 경력 없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해 11일 야당 핵심에서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인물”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야당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노무현재단도 이날 공동으로 같은 취지의 성명을 내어 문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원로 인사는 11일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여야 대립을 중단하고 보수·진보 관계없이 통합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을 이뤄가고 있었다”며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이런 통합 흐름에 정면으로 도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인사는 “문 후보자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핵심 관계자도 “총리 임명 사실을 보고 (대통령이) ‘야당과 한번 해보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일주일 전인 2009년 8월4일치 <중앙일보> 기명칼럼에서 “(김 전 대통령이 위독해) 비자금 의혹을 밝히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뒤에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해야겠냐”며 ‘국민장’을 반대한 바 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노무현재단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문 후보자의 칼럼은 인간에 대한 기본 도리조차 망각한 수준으로 총리 후보자는 물론, 공정성을 견지해야 할 언론인의 ‘정도’도 아니었다”며 총리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건전한 비판과 모욕이나 조롱은 구별되어야 한다. 언론의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모욕하고 조롱한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야당이 치열한 검증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중진 의원은 “검증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는 우리도 감싸줄 수 없지만, 이념적 문제나 성향은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문 후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 의사를 밝혔다. ‘문창극 총리 카드’가 여야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국면이다.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합리적이고 깨끗한 분”이라며 지명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문 후보자의 강한 보수 색채가 새누리당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오래전부터 문 후보자의 극우 칼럼을 봐왔는데, 문제의 소지가 될 내용들이 많다. 야당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총리는 각 부처를 총괄하고 사회갈등을 통합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문 후보자는 검증이 전혀 안 돼) ‘아쉽다’고 판단할 처지도 못 된다”고 우려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과거 경력을 보고 간접적으로라도 검증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게 전혀 안 된다”며 “(청와대의) ‘깜깜이 인사’다”라고 쓴소리했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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