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에서 신임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삼정도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관련 계류법안 열거하며
사실상 야당에 처리지연 책임돌려
최경환, 30개 조속 처리 법안 제시
야당 “일방통행식 발언 불쾌”
사실상 야당에 처리지연 책임돌려
최경환, 30개 조속 처리 법안 제시
야당 “일방통행식 발언 불쾌”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회를 향해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 특유의 전형적인 ‘네 탓’인데다 일방적인 주장,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사실상 야당을 공격하는 일방통행식 전달 등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보여온 박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답습하는 형태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가 정치인들이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때”라며 정치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 관련 법안 처리 지연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 관련 법안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또 박 대통령은 “말로만 민생, 민생 하면 안 된다”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로 판단을 잘못해 옛날 쇄국정책으로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지금 우리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 등 사실상 야당을 향해 수위가 높은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재보궐선거 압승 이후 자신감을 얻은 청와대가 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하반기 국정 운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향후 국정에 필수적인 국회의 법안 처리 협조를 압박하려는 대국민 여론전의 성격도 짙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법안 중에는 통과만 되면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게 보이는데도 안타깝게만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며 “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정부가 재정과 금융,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법,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하는 법, 아이디어만 있으면 온라인상에서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법 등은 창업가를 위해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우리 보험사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 환자를 한국 의료기관 고객으로 모셔 오는 유치 활동을 하는 법, 임대차 시장을 활성화하고 생계형 임대인의 생활을 지원하는 소득세법도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런 공세에 발맞춰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그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8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제시한 30개의 조속 처리 법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처럼 시장에서 경제회복 모멘텀을 마련했는데, 법안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모멘텀을 이어갈 수가 없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고자 국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세월호 특별법 등 사후 수습을 국회로 떠넘긴 청와대가 ‘경제 활성화’와 ‘정치권 사정’이란 양 날개를 고리로 국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야당은 불과 두달 전 ‘중요 현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던 박 대통령이 무조건 처리만을 주문하는 듯한 일방통행식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들인 서비스산업 육성 법안, 크루즈산업 육성 법안들이 과연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법안인지, 친기업의 단순한 탈규제 법안이 아닌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드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입에서 ‘세월호’가 사라졌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만큼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의 얼굴을 한 조직에서 고통당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 역시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박래군 “세월호는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한겨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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