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 결단과 가족대책위원회 면담을 요구하며 닷새째 청와대 들머리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가족대책위 가족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농성장 맞은편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지 기자회견을 열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최경환, 특별법 진통 비판하며
민생·경제 법안 입법 촉구
박 대통령도 청와대 회의서
‘규제완화’ 거듭 지시
민생·경제 법안 입법 촉구
박 대통령도 청와대 회의서
‘규제완화’ 거듭 지시
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통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서둘러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특별법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들의 나흘째 밤샘농성에도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실세 장관까지 동원해 여론몰이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호소문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되어도 모자랄 판인데도 국회만 가면 하 세월”이라며 “8월 국회 회기 중에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 경제를 위하는 것이 애국이다. 당파가 있을 수 없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관전평이나 해서는 안 된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자”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5·19 담화’ 발표 100일이었다.
최 부총리는 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소득세법, 의료법 등 9개 법안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경제 관련 중점 법안들”이라고 각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가 만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들을 생각하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고 싶은 심정”이라는 호소도 덧붙였다.
이날 호소문 발표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25일 밤 갑자기 결정됐다고 한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발표장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2기 내각 인사들을 포함해 경제 관련 주요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국회에 맡겨둔 채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이번엔 각료들이 박 대통령 지원 사격 및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규제 완화’를 거듭 지시하며 ‘경제활성화’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대형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했던 안전이라는 분야가, 이날 회의에선 “창조산업의 영역으로 확대”(박 대통령)하는 분야로 바뀐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그간 공공기관이 독점해왔던 안전점검이나 안전교육도 민간업체를 참여시키면 일자리 창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재난·재해 보험상품 개발을 촉진하고 보험사에 방재 컨설팅을 허용하는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모델 창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했던 한 민간 위원은 “안전을 산업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민간기업, 특히 대기업의 참여는 정부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고 단기간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해외에선 도로·교량 등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민영화나 운영 아웃소싱(외주)을 통해 ‘윈윈’을 성취한 사례가 다수이며, 정부도 지원을 위한 규제개혁 등의 노력이 긴요하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기초생활보장법·국가재정법·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 등은 세월호 참사로 얼어붙은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법들”이라며 “새정치연합은 투쟁을 중단하고 국회 일정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정부 여당은) 사람을 살리는 법인 세월호 특별법은 뒷전에 두고 또다시 경제·민생법안 우선처리를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 여당이 그렇게도 중요시하는 경제를 살리려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즉시 통과시키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석진환 김경락 기자 soulfat@hani.co.kr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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