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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박 대통령 7시간’ 보도 산케이의 언론자유 옹호

등록 2014-09-03 13:41수정 2014-09-03 15:38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는 기사 쓴 기자 탄압은 권력 남용”
“산케이 지국장 기소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의심 받을 것”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16일 오후 5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첫 서면보고를 받은 뒤 이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행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16일 오후 5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첫 서면보고를 받은 뒤 이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행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국에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귀중한 가치를, 마음에 안 드는 기사를 제재하는 행동으로 잃어버려도 되는 것일까.”

일본 <아사히신문>이 3일치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가토 다쓰야(48)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의 ‘국익’에 어긋나는 위안부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산케이신문>이 그동안 <아사히신문>에 대해 퍼부은 도를 넘는 공격을 생각한다면 다소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중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쓰러뜨린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함과 그 결과 손에 쥐게 된 ‘언론 자유’의 소중함이다. 신문은 “한국에선 지금 흡사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아간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에선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언론 탄압이 이어져 <아사히신문> 서울 지국도 폐쇄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서 민주화가 이뤄지기 전인 4반세기 전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를 탄압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권력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며 “검찰이 만약 이대로 (가토 지국장에 대한) 기소를 단행한다면 국제 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의문부호를 던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토 지국장을 두 번이나 소환 조사한 뒤 처벌 방침을 밝히고 있는 한국 검찰에 대해서도 “세계 선진국의 상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공권력을 사용한 위압일 뿐”이라며 재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앞서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3일치 인터넷판 기사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답변 내용과 <조선일보> 칼럼, 증권가 정보지 내용 등을 인용해 ‘세월호가 침몰한 날 박 대통령이 7시간에 걸쳐 소재 불명이 됐다’며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한국 검찰은 자유수호청년단, 독도사랑회 등 시민단체의 고발을 구실로 가토 지국장을 출국금지하고, 두 차례 소환 조사를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처음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거론하는 칼럼을 게재한 <조선일보>는 가만 놔두고, 이를 인용 보도한 <산케이신문>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도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다음은 아사히신문 사설 전문이다

<보도에 대한 압박은 용납할 수 없다>

한국에선 지금 흡사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아간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이 쓴 기사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이 2차례에 걸쳐 지국장을 조사(사정청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검찰이 출두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에선 1980년대까지 오랜 시간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쥐는 독재정권이 이어졌다. 당시에도 언론탄압이 이어져 <아사히신문> 서울 지국도 폐쇄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민주화가 이뤄진 것은 벌써 4반세기 전의 일이다.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를 탄압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권력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검찰이 만약 이대로 기소를 단행한다면, 국제 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의문부호를 던질 것이다. 박 정권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할 ‘언론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에 문제된 기사는 8월3일치 <산케이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됐다. 기사엔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날, 박 대통령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시간에 남성과 만난 게 아닌가라는 ‘소문’도 포함돼 있다.

기사는 한국 신문(<조선일보>)의 칼럼이나 증권가에 흘러 다니던 정보를 근거로 쓰여 있다.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민사, 형사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혀다. 그 뒤 검찰 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한국에는 지금까지 독특한 유교의식이 남아 있어 (이 기사를) 여성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있다. <산케이신문>이 그동안 쓴 지난 기사에서 대통령을 모욕하거나 혐한정서를 부추기는 내용이 많았다는 사실을 들어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의 도쿄 편집국장은 이번 기사에 대해 “대통령을 비방중상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코멘트를 낸 상태다. 풍문을 안이하게 쓴 부분에 대해선 <산케이신문>도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해도, 검찰 당국이 기자를 불러, 조사를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세계 선진국의 상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권력을 사용한 위압일 뿐이다.

박 정권은 발족 이후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접근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조사는 한국 국내 언론에 대한 견제도 포함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귀중한 가치를,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제재하는 행동으로 잃어버려도 되는 것일까.

도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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