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대치 책임 야당에 떠넘겨
한-캐나다 FTA 협정비준 언급하며
“캐나다서 한국국회 걱정”
유엔서 언급한 북 인권문제도 꺼내
“북 반발 두려워 소극대응 안돼”
한-캐나다 FTA 협정비준 언급하며
“캐나다서 한국국회 걱정”
유엔서 언급한 북 인권문제도 꺼내
“북 반발 두려워 소극대응 안돼”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 동안을 정치권의 장외정치와 반목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또다시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 타결이 이뤄지고 본회의가 열리게 된 이날, 여야는 막판 진통을 겪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장기 대치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며 또 한번 국회를 비난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장기공전으로 법안이 150일째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국민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던 약속과 맹세는 어디로 가고, (정치권이)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주 체결된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론하며 “캐나다 측으로부터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의 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고 강조했다.
협정 체결 상대국의 반응까지 인용해가며 국회를 비판한 것이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세월호 특별법을 협상하고 있는 여당을 지원사격하고 야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회에 대한 국민의 악화된 여론에 편승해 국정운영 파행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당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대해 “(2차 협상이) 마지막 결단”이라며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여야간 경색 정국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협정 비준 동의’는 국회의 고유 권한임을 무시한 권위적인 발상으로 비친다. 외국의 경우에도, 일부 독재국가를 빼고는 3권이 분립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행정부가 외국과 협정을 체결한 뒤에는 국회 비준 동의를 구하기 위해 애쓰며, 미국의 경우도 이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때가 많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순방 결과를 설명하면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언급한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는 평화롭고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 어젠다”라며 “북한 반발이 두려워 이 문제들에 소극적이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북한이 연일 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맹비난을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인권 문제가 아프고 가슴을 찌르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총회 참석 뒤 귀국한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발언을 한 자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가 향후 미국의 대북 인권 압박 기조에 확실히 동참하겠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인권법도 이미 다른 나라들은 제정이 됐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10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와 관련해 “뒤늦었지만 국회에 들어오게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민생법안이 잘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특별법도 잘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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