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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점잖고 여유있는 정윤회…사람 다루는 기술 능수능란

등록 2014-12-02 16:02수정 2014-12-03 01:35

한겨레 기자가 만난 정윤회 (상)

하는 일 묻자 “나 취업 좀 시켜줘”
박 대통령 주변인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듯
대한항공서 사회 첫발…한때 행적 묘연
94년 ‘얀슨’ 대표 맡아…업종 자주 바꿔
언론에 드물게 등장한 발언들, 서로 엇갈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윤회씨의 증명사진.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윤회씨의 증명사진.
사람을 한 번 보고 알알샅샅이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정윤회(59)씨를 만난 건 1년 반 전인 지난해 7월, 단 한 차례 30분 가량 만난 게 전부였다. 유명한 영국 드라마 <셜록> 주인공처럼 상대방의 인상을 날카롭게 꿰뚫는 통찰이 없는 게 아쉬웠다. 다만, 그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그를 직접 만난 기자는 아직 드물다는 점에서, 그날의 만남과 2012년 대선 당시 그의 동선을 찾아 다녔던 기억은 다소나마 공유의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정윤회의 인상은?

현재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정씨의 사진은 세가지다. 하나는 출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흑백 증명사진(사진1), 또 하나는 박종식 <한겨레> 기자가 지난해 7월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사진2), 그리고 <중앙일보>가 12월1일치 1면에 실은 정면을 응시한 사진(사진3)이다.

정윤회 씨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의 마장마술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윤회 씨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의 마장마술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석 장의 사진은 모두 직접 만났던 정씨의 풍모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진1처럼 부한 인상이 아니라 외려 호리호리하고 다부진 체격이었다. 사진3은 식사 도중 기자가 ‘사진 좀 찍자’고 해서 준비 없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배경엔 식당 이름이 있었는지 딱 얼굴 너비만큼만 잘라냈다. 정면을 바라보는 사진을, 그것도 눈을 반쯤 뜨고 있는 얼굴을 지면 절반에 가까운 크기로 신문에, 더구나 1면에 싣는 일은 극히 드물다.

중앙일보 12월1일치 1면에 실린 정윤회씨 사진.
중앙일보 12월1일치 1면에 실린 정윤회씨 사진.
한 일간지 사진기자는 “사진 사용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이런 사진은 보통 누군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얼굴만 작게 쓸 때 사용하는데, (크게 편집하니까) 범죄인 포스터처럼 돼서 ‘조폭’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의 사진2를 보고 사람들은 ‘평범해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바로 그 자리에서 만났던 그의 인상은 마냥 ‘평범’이란 말로 담아내긴 어려웠다.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그는, 갑자기 나타난 기자의 취재를 거절하면서도 웃음과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점잖은 말투와 몸짓으로 만나는 내내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형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다루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보였다.

●정윤회의 현재 직업은?

정씨는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지금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놀아요. 나 취업 좀 시켜줘”라며 “한겨레에 입사를 하든지 해야겠어”라고 말했다. 그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당시 인터뷰에서 장인 고 최태민(1912~1994)씨 관련 질문에 “<신동아>에 최필립(1928~2013·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씨가 인터뷰한 게 있다. 그 양반이 사정을 잘 안다”고 한 답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를 만난 것은 7월20일이었는데, ‘최필립 인터뷰’는 8월호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중에 막 나왔거나 곧 나올 예정인 다음달 잡지의 인터뷰 내용까지 꿰뚫고 있었던 셈이다. 모든 현안을 그런 식으로 챙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최 전 이사장처럼 박 대통령의 주변 인물 관련 보도는 모니터한다는, 나아가 그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씨는 자신의 생계와 관련해,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부인 최순실(58·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빌딩은 강남구 신사동의 ㅁ빌딩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인근 부동산에서 시세를 160억~200억대로 추산한 이 빌딩은 정씨 자신이 대표이사인 ㈜얀슨이 위치한 건물로, 베트남식당과 마사지업소, 모델학원 등도 입주해있다.

●정윤회의 과거 직업은?

정씨의 과거 직업은 꽤 다양했다. 26살이던 1981년 8월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입사한 뒤 1980년대 후반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5년 가량의 행적은 묘연하다. 1994년 당시 39살이던 정씨는 ㈜얀슨을 시작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얀슨은 1994년 커피 및 커피기계의 수입·판매, 승마장업, 체육관련용품 수입·판매, 휴게실업 등의 업종을 신고했지만 2001년에 삭제했고, 곧이어 교육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판매·컨설팅, 도서 출판 및 판매 등을 신고했다가 2003년 삭제했다. 같은 해 의류 및 가구의 수입·판매도 신고했으나 삭제했다. 2003년 말엔 국외 이주자 모집·알선, 이주신고 대행, 이주 상담 및 안내 등의 업종을 신고해 오늘에 이른다.

1993년부터 얀슨의 감사로 등기돼, 현재 얀슨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문아무개(52)씨는 2012년 인터뷰 당시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다 잘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씨는 1994~96년 기간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얀슨’이라는 제과점을, 1995~99년 기간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풍운’이라는 일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얀슨의 등기부를 보면, 2002년 1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초이교육연구원’으로 일시적으로 명칭을 바꾼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정씨가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시기로, 부인 최순실씨가 신사동에서 운영했던 ‘초이유치원’과 같은 이름을 쓰는 게 눈길을 끈다. 이때부터 2005년까지는 부인 최씨가 정씨 대신 회사를 맡았다. 최순실씨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얀슨의 사내이사로 등기돼왔다.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정윤회씨.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정윤회씨.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윤회 말의 신뢰성은?

정윤회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에 불거진 국정개입 의혹 등에 대해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 보도를 필두로 제기된 각종 비선 의혹에 대해 아무 관련도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12월1일)와의 인터뷰에선 “모든 걸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며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인터뷰에선 “나는 사람도 안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어서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조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링크)

이렇듯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보니, 정씨의 말을 경청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의 발언은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발언을 뒤집어 사실관계에 혼선을 초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지난해 7월 인터뷰 당시 ‘박 대통령 쪽 일을 언제 완전히 그만두었느냐’는 질문에 정씨는 “2005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1년 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은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후보검증 토론회까지 열어가며 거세게 맞붙던 시점이다. 무척 예민한 시기인데, 지난해 7월 인터뷰를 기준으로 하면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고, 올해 <중앙일보> 인터뷰로 보면 박 대통령 주변에 있었던 것이 된다.

둘째, 최근 논란이 된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도 그는 진술을 바꿨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피해자)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정씨는, 8월 초 1차 조사에서 “4월16일엔 서울 강남의 집에 계속 머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 뒤 검찰은 휴대전화 통신기록으로 기지국을 추적해 정씨가 종로구 평창동에서 통화한 기록을 찾아냈다. 검찰이 정씨에게 다시 확인하자, 그는 “평창동에서 (역술인이자 한학자인) 이아무개씨를 만나고 있었다”고 말을 바꾸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라고 해명했다. 역술인으로 지목된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4월16일 정씨와 함께 세월호 침몰에 관해 얘기하며 걱정을 했다”고 말한 바 있어,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는지 의문시된다. 결국 언론 취재와 검찰 조사에서 뒤바뀌고 있는 그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남게 된다.

정씨는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첫 번째 ‘거짓말’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2005년 당 대표로 가시면서 제가 붕뜬 상태에 있었다. 그러니까 일하던 사람을 주군이 당장 그만두라고 하겠나”라며 실질적으로 일을 그만둔 건 2005년이지만 공식적으로 그만둔 건 2007년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4월16일 행적에 대해선 “제가 기억이 안 난다”며 “그 분(역술인 이씨)하고는 단순히 가서 그냥 점심 식사하고 오는 사이다. 근데 점심을 어디서 먹었다는 건 서너달 지나고 나서 기억하기 쉽지 않지 않나. 그건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다. 제 손으로 통화기록 떼어서 (검찰에) 드렸다”고 말했다.

(계속)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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