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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 대통령 “비선 없다”더니…정윤회 입김 통했나

등록 2014-12-04 00:45수정 2014-12-04 16:18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외압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3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외압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윤회 관련 문체부 국·과장 교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누군가의 전언 정황 드러나

일개 부처 인사에 비상한 관심
신속 처리 주문하면서
제대로 된 이유조차 안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직접 챙겼던 구체적인 정황이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이른바 측근들의 국정 개입 자체를 강하게 부정해 온 박 대통령의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을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 조사에 나선 문체부 간부들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직접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는 정윤회씨 부부가 깊숙하게 관여된 사안이다. 상식적인 시각에서 보면, 박 대통령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비선’이나 ‘숨은 실세’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윤회씨 쪽이 정부 출범 이후 국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는 향후 추가로 밝혀져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사안만으로도 박 대통령이 사적인 인연으로 인사를 했고, 정씨 쪽이 일부 국정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정부 공식 체계에 있는 문체부 국·실장이 승마협회를 조사하고 “대립하는 세력 모두의 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합리적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측근과 비선의 의견만 듣고, 정부 공식 라인의 의견을 배척한 국정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청와대의 ‘공식 체계’인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정윤회씨의 국정운영 개입 내부 보고서 등에 대해 “없는 사실”, “근거 없는 루머”, “악의적 중상” 등으로 규정해 버렸다. 주변 측근의 전횡 위험성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유출된 게 잘못’이라고만 생각하는 일종의 자기합리화인 셈이다.

지난 2007년 11월2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재만 보좌관(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2007년 11월2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재만 보좌관(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이번 사안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한겨레> 취재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이번 문체부 국장, 과장의 좌천성 인사를 지시하며 ‘수첩’을 꺼내들어 해당 공무원의 이름을 불러줬다고 한다. 구체적 논의 과정이나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인사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던 ‘수첩 인사’가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과거엔 누가 수첩에 이름을 올릴 정보를 줬는지 불투명했다면, 이번엔 정윤회 부부가 인사를 부탁한 당사자로 명백해 보인다는 것이 다른 부분이다. 다만 일개 부처의 국·과장급 인사를 지시하고, 다시 이틀 만에 이행됐는지 챙겼다는 점에서는 박 대통령과 정씨 부부가 상당히 가까운 관계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문체부 간부들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새겨볼 만하다. ‘하더라’라는 표현은 자신이 파악한 내용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를 전해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합리적인 이유나 의심 없이 상대방을 ‘낙인’찍는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나쁜 사람’은, 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표현과 유사하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를 원포인트 개헌으로 제안했을 때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불과 5년 뒤 대선에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개헌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 관련기사: 박 대통령 수첩 보면서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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