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배후 지목 ‘수첩 파동’
청와대 선임행정관(2급)이 국정개입 문건 유출의 배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는 의혹이 김 대표의 수첩 메모를 통해 제기되면서, 삐걱대던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한층 더 경색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모두 대외적으로 당청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여당 대표와 중진의원을 불신하는 청와대의 음모론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당청 관계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 형국’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 이후 ‘김영한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 그리고 이번 ‘청와대 행정관의 문건 유출 배후설 제기’로 이어진 정국 혼란의 원인이 모두 청와대 내부의 흐트러진 공직기강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인적쇄신’을 요구해왔던 여권과, 새해 기자회견에서 이를 단칼에 거부한 박 대통령의 선택이 더욱 대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권에서 이번 ‘수첩 파문’을 단순히 행정관 한 명의 술자리 실언이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의 인식과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최근 당청 사이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발언자로 지목된 음종환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정윤회 문건’에서 지목된 이른바 십상시 중 한 명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캠프 공보기획팀장으로 일했던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보좌관’이다.
항명 사태 이어 청와대 기강 도마
‘인적 쇄신 거부’ 대통령 선택 머쓱
청, 음종환 사표 수리 진화 나서 이재오 “행정관까지 나서 헛소리”
김무성 “소통에 문제, 사실 아닌가”
6일 조윤선 수석에 조처요구 확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4일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이런 보고를 올리면 대통령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십상시 중 한 명이 ‘찌라시 중의 찌라시’를 만든 것인데, 대통령을 돕는다면서 해를 입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재선 의원도 “청와대 내부 사람들이 성찰이나 반성은 없고 줄곧 음모론적 사고에 빠져 말도 안 되는 ‘찌라시’를 대통령에게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재오 의원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고리 3인방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를 하고 돌아다니고 이게 되겠느냐. 비선 실세가 있든 없든, 3인방이 잘했든 아니든, 여론은 참모진을 바꾸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만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국민이 걱정하시는 부분을 없애도록 하겠다”며 갈등론이 확산되는 걸 경계했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기자회견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 아니냐. 조금 더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날 음 행정관의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히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배후로 지목했다’는 음 행정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6일 문제의 발언을 들은 직후 각각 조윤선 정무수석과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에게 사실관계를 묻고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과 안 비서관이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음 행정관의 발언이 보도되기 전까지 청와대는 별도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사안을 전달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것도,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고 내부 대응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당장은 갈등이 커지는 걸 꺼리고 있어 당청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특보단 임명,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이 생기면 당청 관계에 파열음이 터져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인적 쇄신 거부’ 대통령 선택 머쓱
청, 음종환 사표 수리 진화 나서 이재오 “행정관까지 나서 헛소리”
김무성 “소통에 문제, 사실 아닌가”
6일 조윤선 수석에 조처요구 확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4일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이런 보고를 올리면 대통령 시각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십상시 중 한 명이 ‘찌라시 중의 찌라시’를 만든 것인데, 대통령을 돕는다면서 해를 입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재선 의원도 “청와대 내부 사람들이 성찰이나 반성은 없고 줄곧 음모론적 사고에 빠져 말도 안 되는 ‘찌라시’를 대통령에게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재오 의원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고리 3인방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를 하고 돌아다니고 이게 되겠느냐. 비선 실세가 있든 없든, 3인방이 잘했든 아니든, 여론은 참모진을 바꾸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만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국민이 걱정하시는 부분을 없애도록 하겠다”며 갈등론이 확산되는 걸 경계했다. 하지만 김 대표 역시 기자회견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 아니냐. 조금 더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날 음 행정관의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히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배후로 지목했다’는 음 행정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지난 6일 문제의 발언을 들은 직후 각각 조윤선 정무수석과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에게 사실관계를 묻고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과 안 비서관이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음 행정관의 발언이 보도되기 전까지 청와대는 별도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사안을 전달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것도,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고 내부 대응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당장은 갈등이 커지는 걸 꺼리고 있어 당청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특보단 임명,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이 생기면 당청 관계에 파열음이 터져나올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