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최저임금 등 주요현안 의견 나눠
‘3자회동’ 필요시 또 열기로
‘3자회동’ 필요시 또 열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3자 회동을 열어 정국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필요할 경우 3자 회동을 추가로 하는 데 공감했으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등 정책의 세부적인 각론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회동 뒤 3자 합의로 공개된 발표문을 보면,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세부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가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자,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먼저 대타협 기구에서 합의하는 것과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 정부도 안을 내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가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답하자, 문 대표도 “정부안을 내놓으면 야당도 안을 제시해서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가 처리 시한에는 큰 이견을 드러내지 않아, 여야는 약속한 시한인 5월6일을 지키기 위해 4월 임시국회에서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여야 대표들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관련해 ‘서비스산업의 분류에서 보건과 의료를 제외하면 논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야당이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여야 대표는 ‘인상 필요성’에는 의견 일치를 보았으나, 구체적인 인상률 등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3자 회동을 다시 여는 것은 김무성 대표가 제안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필요할 경우 문 대표와 합의하여 오늘과 같은 회동을 요청하면 대통령께서 응해 달라”고 제안했고, 문 대표 역시 “앞으로는 (경제와 안보로) 의제를 좁혀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 귀한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3자 회동 정례화는 아니지만,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만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담 중엔 대선 공약과 사후 정책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문 대표 사이에 ‘뼈 있는’ 비판과 반박이 오갔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정책을 펼 수 있게 한 뒤 그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아직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표는 회담 시작 직후 작심한 듯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관련 법안들의 입법화를 많이 했다. 하도급 업체와 납품 업체, 가맹 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두 마무리했고,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규제 강화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소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도 상당수 입법화됐다”고 강조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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