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와서 결정” 박 대통령 뜻은
새누리당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떠나기 직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의미를 ‘귀국 뒤 사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40분간 독대했다. 김 대표가 전한 당시 대화는 이렇다.
“이 시기에 장기간 출국을 앞두고 여러 현안에 대해 당대표의 의견을 듣고 싶어 만나고자 했다.”(박 대통령)
“당내외에서 나오는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김 대표)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박 대통령)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이 총리의 사퇴’ 가능성도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순방 뒤 이 총리 거취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이완구 총리가) 계속 버티는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 지도부 귀국뒤 사퇴에 무게
순방 기간동안 국정 공백 막고
후임 인선 시간벌기 고육책 박 대통령 “특검도 마다할 이유없다”
야당도 셈법 복잡해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 당과 일절 상의하지 않던 박 대통령이 순방 직전 일정을 늦춰가며 김 대표를 만나 당내 의견을 물었다는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특검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여당의 ‘선제적 특검론’에 힘을 실어준 것에서도 박 대통령의 변화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귀국 뒤 결정’이란 카드를 꺼낸 것은 장기간 순방 중 생길 국정 혼란을 막고 후임 총리를 물색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당직자는 “이런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11일이나 나라를 비우게 되니까 당이 그동안 중심을 잘 잡아달라는 당부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당시 중앙아시아 순방중이던 박 대통령이 ‘귀국해서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 귀국 사흘 뒤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사태가 정리된 바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초·재선 의원들이 요구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보류한 채 박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비박계(비박근혜계)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총리 사퇴 요구’는 계속 분출할 수 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총리는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릴 게 아니라 본인의 결단으로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대통령 입에서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야당이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회동 결과는 ‘특검론’을 띄워 이완구 총리에 대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무마하려는 것”이라며 “초동수사를 통해 핵심 증거와 증언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특검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간을 끌려는 시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이완구 총리의 용퇴를 압박하고 이 총리와 새누리당의 대응을 살펴본 뒤 해임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보미 이세영 기자 spring@hani.co.kr [관련영상] ‘비타3000’ 대통령은 몰랐을까? / 돌직구
순방 기간동안 국정 공백 막고
후임 인선 시간벌기 고육책 박 대통령 “특검도 마다할 이유없다”
야당도 셈법 복잡해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 당과 일절 상의하지 않던 박 대통령이 순방 직전 일정을 늦춰가며 김 대표를 만나 당내 의견을 물었다는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특검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여당의 ‘선제적 특검론’에 힘을 실어준 것에서도 박 대통령의 변화가 읽힌다. 박 대통령이 ‘귀국 뒤 결정’이란 카드를 꺼낸 것은 장기간 순방 중 생길 국정 혼란을 막고 후임 총리를 물색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당직자는 “이런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대통령이 11일이나 나라를 비우게 되니까 당이 그동안 중심을 잘 잡아달라는 당부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 당시 중앙아시아 순방중이던 박 대통령이 ‘귀국해서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 귀국 사흘 뒤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사태가 정리된 바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초·재선 의원들이 요구한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보류한 채 박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비박계(비박근혜계)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총리 사퇴 요구’는 계속 분출할 수 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총리는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릴 게 아니라 본인의 결단으로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대통령 입에서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야당이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회동 결과는 ‘특검론’을 띄워 이완구 총리에 대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무마하려는 것”이라며 “초동수사를 통해 핵심 증거와 증언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특검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간을 끌려는 시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이완구 총리의 용퇴를 압박하고 이 총리와 새누리당의 대응을 살펴본 뒤 해임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보미 이세영 기자 spring@hani.co.kr [관련영상] ‘비타3000’ 대통령은 몰랐을까? /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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