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첫 순방국인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 군항공수송사령부에 도착, 콜롬비아 측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보고타=연합뉴스)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도 동행 안해…이례적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저녁(한국시각 17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중남미 4개국 순방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4개국 국빈방문을 통해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여는 한편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125개사)과 동행하며 세일즈 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을 마비시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완구 국무총리 낙마 위기 및 이에 따른 국정 공백 탓에 박 대통령을 비롯해 순방단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순방 첫날을 맞았다. 우선 박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 내부 분위기 자체가 침울한 상황이다. 통상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날 때 언제나 비서실장 등이 나와 배웅을 했지만,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번 출국장에 나오지 않고 청와대에 남아 현안을 챙겼다. 애초 순방에 동행하기로 예정됐던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도 국내 상황에 대응하고 현지 순방단과 연락하는 업무를 맡기 위해 국내에 남았다. 홍보수석이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것은 현 정부 출범 뒤 처음이고, 과거 정부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었을 만큼 이례적인 대응이다. 청와대 스스로도 순방 기간 동안 생길 국정 공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박 대통령도 순방을 위해 출국할 때마다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 인사를 나누며 간단한 대화를 하던 관례를 이번엔 건너뛰었다. “출국 전 갑작스레 김무성 대표를 면담하는 일정을 잡고, 이에 따라 출국 일정이 늦어지다 보니 생략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쪽의 설명이지만, 이완구 총리 거취 문제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집권 3년차 중동 순방에 이은 이번 중남미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도 12일 동안의 이번 순방 기간 중에는 국내 현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하지 않을 전망이며, 빨라야 오는 26일 귀국행 전용기 안에서 국내 상황을 수습할 대략의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출국 일정을 갑자기 연기하면서까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총리 거취 문제 등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순방 기간 내내 대통령의 ‘총리 거취 결단’ 문제에만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정국 구상에 대한 시간도 벌고 세일즈 외교에 대한 관심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보고타/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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