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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양수겸장…‘칼끝 틀기’와 ‘재보선 승부수’

등록 2015-04-28 20:54수정 2015-04-29 10:34

대국민 메시지 후폭풍
선거 하루 전날 ‘친박’ 집중 타깃→초점 옮기며 문재인 옭아매기
소수 핵심참모 도움 받아 직접 작성→새누리 지지층 결집 노림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수겸장 1 ‘성완종 사면’ 콕 찍어 거론한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면을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진원지로 꼽았다. ‘제대로 진실을 밝히라’는 대목은 누가 봐도 검찰에 대한 수사 지시로 읽힌다.

왜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국면에서 유독 사면 문제를 ‘집중 타깃’으로 공격하고 나섰을까. 야당은 전형적 ‘물타기’로 판단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사면 문제가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이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새누리당을 돕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단순히 재보궐선거만을 의식해 사면 문제를 들고나왔다고 보긴 어렵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가운데 7명은 ‘친박’ 핵심 인물들이다. 성역 없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칼날이 의도와 달리 박 대통령 쪽을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권의 통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걷잡을 수 없는 권력누수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2007년 사면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이 문제를 파고들면 ‘친박’을 겨냥한 칼날을 ‘친이’와 ‘친노’ 쪽으로 돌릴 수 있다. 사건의 초점도 ‘친박의 정치자금 수수’에서 ‘친이-친노의 사면 공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2007년 사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두고두고 옭아매는 카드도 된다. 청와대 쪽에서 보면 ‘신의 한 수’에 가깝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도의 기획과 정교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건강 악화’ 발표 직후에 내놓아 효과의 극대화도 꾀했다. 핵심을 ‘사면 문제’에 집중해 메시지 분산도 막았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와 여야의 내밀한 분위기, 4·29 재보궐선거 정밀 판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권 흐름에 밝은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평소엔 원칙적이고 큰 틀에서만 얘기했는데 이번엔 매우 구체적이다.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고위급의 기획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면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도 어떤 식으로든 후속 조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소 이례적인 사면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07~2008년 정권교체기에 ‘노건평-이상득 형님라인’이 가동됐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모종의 ‘사면 로비’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어 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양수겸장 2 건강 악화 불구 ‘깜짝 대국민 메시지’는 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앞줄 가운데)이 28일 오전 춘추관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앞줄 가운데)이 28일 오전 춘추관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28일 오전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조차 당일 아침까지 발표 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예정된 국무회의 주재 일정까지 취소한 탓에 여권이나 내부 참모들은 ‘29일 재보궐선거 이후에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아침 브리핑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입장 표명과 관련한 계획은 알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브리핑 이후 불과 2시간 만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굳이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결국 29일 진행되는 재보선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자신이 좀더 강렬한 메시지와 수습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칫 재보선 결과가 나쁠 경우 여론 악화를 방치했다는 책임론이 박 대통령에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여당의 패배로 끝나면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날처럼 강경하게 나가기 어려워 수위 조절을 해야 하고, 이렇게 될 경우 향후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서 청와대가 사정 드라이브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 있다.

재보선을 하루 앞둔 분위기가 새누리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전망도 박 대통령의 ‘택일’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선거 결과가 좋으면 박 대통령이 와병을 무릅쓰고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고, 이는 곧 대여 관계에서 청와대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날 대국민 메시지는 공식 라인이 아닌 소수 핵심 참모의 도움을 받아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메시지를 대독한 뒤 ‘대통령이 언제 메시지를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출국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귀국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순방지에서 여러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셨다”고 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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