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공무원연금 처리시한
정해봤자 비현실적” 불만
김용태 “청와대 기준점 제시
매우 적절치 못했던 처신”
하태경 “청와대 의견표명이
사태 공전의 주된 이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당이 11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의 법률안 부칙 명문화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충돌은 일단 피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논의에 대한 여야 협상에 청와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여권 내부의 비판이 커지면서, 당청간 내부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지침’ 탓에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불만도 쌓여가고, 청와대가 요구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도 점차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은 이대로 가도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어떤 정부건 국민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의 ‘국민연금 개편 논의 선긋기’ 지침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처리도 5월 국회로) 처리 시한을 정해봤자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의 ‘국민연금 연계 불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새누리당 내부 비판도 본격화됐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가 어제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것은 매우 적절치 못했던 처신이었다”며 “야당과 협상을 하려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큰 재량권을 줘야 하는데, (청와대가) 기준점을 제시해 버리니까 유 원내대표 입장이 매우 옹색한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여야 협상이 공전하고 있는 원인으로 청와대의 ‘개입’을 꼽았다. 아침소리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의 반대 의견 표명이 사태 공전의 주된 이유”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불협화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는 갈수록 거세지는 반면, 당청간 소통 통로는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정윤회씨 문건 파문’ 이후 의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신설한 정무특보단은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유명무실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구나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상황에도 박 대통령은 ‘타협’보다는 국회와 거리를 둔 채 정치권을 싸잡아 압박하는 스타일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29 재보궐 선거 전날과 지난 4일 잇따라 ‘성완종 사건 비판’, ‘국회의 연금 합의 비판’ 등 제3자처럼 ‘평론 정치’를 이어갔으나,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등 결과가 괜찮았다는 평가를 청와대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김경욱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