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북한의 표준시 변경에 대해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아 우리가 남북대화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며칠 전 북한이 자신들의 표준시를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남북 간 이질성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고, 북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제기돼고 있다”며 “우리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대마저 분리시키는 것은 남북 협력과 평화 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분단 고착을 도모하거나 고립의 길로 빠져들지 말고 민족의 동질성과 연계성 회복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은 앞서 ‘오는 광복절부터 동경 표준시를 쓰지 않고 30분 늦춘 독자적인 표준시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북한 표준시, 남쪽보다 30분 늦춘다) 표준시는 국가 기준으로 어떤 지점을 정해서, 해가 그 지점에서 가장 남쪽에 왔을 때(남중)를 정오(낮 12시)로 정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의 새 표준시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하도록 되어 있어,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정한 한국 및 일본과 견주면 30분의 시차가 발생한다.
127.5도로 표준시를 변경할 경우 금융, 무역 등에 있어 시스템을 모두 손봐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대다수 나라에서는 1시간 차가 나는 표준시를 쓰고 있어 혼란도 예상된다. 표준시 변경에 대해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기 때문”이라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뜻에서 이같은 조처를 단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은 1908년 대한제국표준시자오선을 통해 동경 127.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사용해 오다가, 한일강제병합 때 일본의 표준 자오선인 동경 135도로 바꿨다. 해방 뒤인 1954년 대통령령에 의해 다시 127.5도로 환원했다가, 1961년 또다시 135도로 변경했다.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일 양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군사작전에 참여할 때 시간이 다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중국은 동경 120도, 한국과 일본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쓰며 1시간의 시차가 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