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로 거취표명할 사람 없을것”
고위 관계자 ‘박대통령 의중’ 시사
안종범·천영식·안봉근·신동철 등
전략공천 거론자 출마 원천봉쇄
고위 관계자 ‘박대통령 의중’ 시사
안종범·천영식·안봉근·신동철 등
전략공천 거론자 출마 원천봉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내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이들 외에 추가로 거취를 표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그동안 불거져온 ‘티케이(TK) 물갈이’ ‘청와대 공천 개입’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이 청와대 참모들을 대구 지역에 전략공천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전략공천 논란이 일 수 있는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두 사람 이외에 추가로 거취 표명을 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으니 더 이상 청와대 근무하는 사람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추측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거취에 여러 관측과 보도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매듭을 지으러 왔다”고 덧붙였다.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차장을 제외하고, 측근 전략공천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방송>(KBS) 앵커 출신인 민 대변인은 본인이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천 지역에, 박 경호차장은 세종시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광삼 춘추관장 역시 대구 출마를 이유로 지난달 사퇴했다. 민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처작주’와 ‘파부침주’는 대변인 제의를 받고 스스로 다짐한 말이었다”며 “이제 또다른 주사위가 던져졌다. 또다시 수처작주 파부침주를 외친다”고 밝혔다. 수처작주(隨處作主)는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뜻이고, 파부침주(破釜沈舟)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내년 총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이나 어떤 선거에도 중립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개혁을 통한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소모적 추측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이 박 대통령의 뜻인지 묻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동을 거치며, 청와대가 유 전 원내대표와 그의 측근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대구 지역을 ‘물갈이’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지난달 대구시 업무보고 당시 지역구 의원 전원이 초청되지 못하면서, ‘물갈이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다. 최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파상공세 역시 청와대 참모들의 전략공천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대구에 연고가 있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신동철 정무비서관 등이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노골적 공천 개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당-청 갈등이 고조될 조짐이 보이자, “출마자는 더 이상 없다”는 선언을 통해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공천 지분을 놓고 다툼을 벌이거나 한 적이 없었다”며 “지난번에도 (안심번호 국민공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 공천권 다툼 등은 대통령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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