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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위안부 해법 찾지 못한채…‘외통수’ 몰린 박 대통령

등록 2015-10-28 16:10수정 2015-10-28 22:29

2일 아베 총리와 회담

‘일본 양보’ 기대하기 어려운데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기정사실화
“논의 가능한 현안은 경제·문화 교류”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 될지도
박근혜 대통령한테 11월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울며 겨자 먹기’에 가깝다. 아베 신조 총리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몰린 탓이다.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이던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11월초에 열릴 예정이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그 기회에 가질 수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최근 며칠 사이 ‘2일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일본 쪽에 제의한 상황’이라는 청와대의 발표에 일본 정부 당국자가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총리의 사죄는 다신 없을 것’이라는 도발적 발언까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과 관련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실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이래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처’를 요구하며 정상회담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거듭 밝혔다. 정상회담을 하자는 얘기였다. 다만 일본이 먼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조처’를 요구하는 한국 쪽의 이른바 ‘전제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박근혜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주요 발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8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그런 과제(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솔직하게 의견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두 정상이 흉금을 여는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한국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전제 조건을 걸면 안 된다는 방침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종래 방향에 전혀 다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 논의가 가능한 현안은 “경제나 문화 교류 분야”라고 말했다. 뒤집으면,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건설적인 논의’가 가능하지 않은 현안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일본 쪽은 이번에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 문제 등을 언급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가 11월2일 오전 한-일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의 오찬이나 공동기자회견 일정을 잡지 않은 것도, 일본 정부의 이런 ‘강경 기조’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두 정상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양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리라 예상한다”고만 짧게 밝혔다. 다만 일본 쪽에선 아베 총리가 한국 정부의 기대엔 못 미치겠지만 4월말 미국 방문이나 8월14일 담화에서 언급한 수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유감 또는 사죄의 뜻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일 관계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선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끊긴 양국 정상회담을 복원해 그간의 ‘갈등 국면’을 ‘관리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좀더 적극적인 회담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두 정상이 1998년 10월 발표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공동선언 정신을 되살린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98년 10월8일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에서 오부치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혔고, 김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선언하며 일본에 문화 시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국정 교과서 강행 추진으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회담 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태도를 강하게 공개 비판하는 방식으로 이번 회담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제훈 기자, 도쿄/길윤형 특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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