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기자회견 도중 질문내용 적힌 순서지 나돌아
순서지와 질문순서 정확히 일치해 뒷말
순서지와 질문순서 정확히 일치해 뒷말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대국민담화는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진 질문 응답은 오후 12시9분까지 1시간8분 동안 이어졌다.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들이 한 번에 여러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하자, 박 대통령이 “제가 머리가 좋아서 (지금 한 여러 질문을 다)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며 농담을 해 회견장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날 질문은 모두 13개가 나왔는데,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초입에 <국민TV> ‘뉴스케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질문하는 기자의 소속 언론사, 질문내용, 그리고 질문순서가 적힌 1장짜리 문서가 파일 형태로 온라인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방송이 진행되면서 실제 질문순서가 순서지와 정확하게 일치해 온라인 등에서 ‘사전 연출’ 의혹이 생겨났다.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는 출입기자들과 협의해 질문 갯수를 10개 남짓으로 한정했고, 기자단은 자체적으로 중앙지, 경제지, 방송, 종편, 지역, 외신 등을 직역별로 나눠 제비뽑기를 통해 질문자를 정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4년 1월 박 대통령 취임 첫 기자회견 당시, 기자단으로부터 미리 질문을 받은 뒤, 홍보수석실이 상세한 답변을 넣은 ‘대통령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 질문지’를 작성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 직후, 이 문서가 외부로 유출됐고, 당시 기자들의 질문과 박 대통령의 답변이 문서 내용과 똑같아 `기자회견 연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자회견 전에 미리 질문 내용을 청와대 쪽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기자회견 당시에는 이런 논란이 일지 않았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한 질문지에는 지난 2014년 때와는 달리 답변 내용과 작성주체가 적혀있지 않다.
<미디어오늘>은 13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회견 전날인)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자들로부터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 질문 순서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변인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내외신 기자 110여명은 연단과 약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책상 없이 의자에 앉아 회견에 참여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달리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기자회견장의 전경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레일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두 차례에 걸쳐 폭소가 터졌는데,‘ 제가 머리가 좋아서...’ 발언 외에 기자회견 말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높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왜 지지율 높게 나오냐, 저는 모르겠고 국민들께 여론조사를 해서 물어보시죠.”라고 웃으면서 답할 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두 번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쟁점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한가? 정의화 의장이 선을 그으면 묘안이 있나?”라는 물음에 대해 “지금 직권상정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규제완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이야기하다 “어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만들기도 겁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계를 지칭하는 ‘진실한 사람’ 공방과 관련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 외에는 다른 뜻이 없으며,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국회가 제대로 국민을 위해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당이 정부를 적극 뒷받침하면 수직적 관계라고 비판하고, 정부를 당이 비판하면 쓴소리니 수평적 관계라고 하는데 이러한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 당청이라는 것은 국정이란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기자회견 도중,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포된 기자회견 질문내용과 순서. 실제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순서는 똑같았고, 질문 내용도 거의 일치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