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일 국정감사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특혜’ 의혹 등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뒤 사저 준비에 관한 논란에는 의혹 제기자(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사실관계를 들이대며 즉각 반발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5월)을 앞두고 지난 4월 열린 청와대 ‘연풍문 회의’에 미르재단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과 주장이 나오는데, 일일이 다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대리해 재단 기금을 모금한 의혹을 받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는 데 대해서도 “국회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서 일일이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무대응’ 전략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파상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명으로 인해 의혹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두 재단이 권력형 비리로 연결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차은택·최순실 등 비선 실세’ 논란을 ‘정권 흠집내기’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도 갖추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사저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선 “민생을 돌본다고 하면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물의를 빚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논란을 연상시키기 위해 박 위원장이 고의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하지만 불리한 이슈를 모두 ‘대통령 힘 빼기’로 간주하고 선별 대응하는 태도는 문제라는 지적이 청와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르·케이스포츠 의혹에 대해 이번에 정확히 해명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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