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미르 ‘벼락 설립’, 리커창 방한 앞둔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이었나

등록 2016-10-11 05:00수정 2016-10-11 09:38

문예위 회의록으로 풀린 실타래

경총회장의 재단설립 배경발언
“리커창이 한?중간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시키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해 9월 박대통령-리커창 면담
양국간 2천억 문화펀드 조성키로
다음날 박대통령 천안문 성루 올라

리커창 10월31일 방한 전후
박대통령, 재단 진행되고 있나 점검
손놓고 있던 참모진, 3일만에 ‘뚝딱’
정작 리커창은 립서비스만 하고 가
‘미르재단’의 숱한 의혹 가운데 하나는 왜 그리 ‘숨넘어가듯이’ 재단 설립을 서둘렀는가이다. 미르는 늦어도 지난해 7월부터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별 진척이 없다가 그해 10월24~27일 딱 나흘 사이에 뚝딱 만들어졌다. 전경련이 긴급 사발통문을 돌렸고, 기업 임직원 50여명이 팔래스호텔에 모여 가짜서류에 도장을 찍느라 분주했으며, 문체부는 ‘출장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의문의 실타래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발언으로 풀리기 시작한다. 박 회장이 미르재단 설립 배경으로 “리커창이 한-중 간에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를 하면서 뭔가가 됐겠죠”라고 말한 것이다.

재계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의 의중이 기업 쪽에 최초로 전달된 건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이 청와대에서 점심을 먹은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날 오찬 직후부터 대기업의 재무 쪽 임원들은 돈을 낼 준비에 들어간다. 대통령의 구상이 더욱 원대해진 건 두달 뒤인 9월2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면서다. 두 사람은 “한·중을 하나의 문화공동시장으로 만들고 세계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다. 그러고는 이를 위해 2000억원짜리 문화 관련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뜻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재계에서는 이 벤처펀드와 미르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성격의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미르재단의 486억원보다는 4배 이상 되는 큰돈이다. 그리고 다음날 박 대통령은 천안문 성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다. 미국의 따가운 눈총을 뚫고 감행한 것인 만큼 전날의 약조는 반드시 지킬 것으로 믿었을 법하다. 두 정상의 약속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중 외교 실무진은 여러차례 만나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리커창이 10월31일 한국에 들어온다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지시 사항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죠?”라고 물은 게 10월20일 무렵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하기 싫어서인지, 잊고 있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대통령의 말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건 그 이후의 상황이 증명한다.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요일인 23일 청와대가 갑자기 대기업 주요 임원 몇 명을 불러서 재단 설립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대기업 주요 임원을 <한겨레>가 접촉해 보았으나 “그런 적이 없다”는 반응만 보였다. 23일 모임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24~27일 군사작전 치르듯 재단이 설립된 데는 뭔가가 분명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런 북새통을 떨었지만 막상 서울을 찾은 리커창 총리는 ‘빈손’이었다. 2000억원짜리 펀드와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저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공감했다”는 ‘입에 발린 말’이 다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르라는 그릇을 만들어놓으면 중국이 다 채워줄 것으로 청와대는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의겸 류이근 이정애 기자 kyu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