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일부 시인하며 대국민 사과한 가운데, 정작 청와대가 운영하는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청와대 누리집에는 대통령 사과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없어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26일 <한겨레>가 청와대 트위터와 페이스북, 누리집 등을 확인한 결과, 어느 곳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한 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한-덴마크 정상회담 사진만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한겨레>와 JTBC 등에서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증언과 문건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던 지난 24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한가한 게시물을 올려 누리꾼들의 빈축을 샀다. 청와대 인스타그램 계정은 25일 첫 게시물로 “청와대에도 비가 왔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비가 오는 청와대 풍경이 담긴 사진 한장을 첨부했다. 게시물을 올린 시간을 보면, 25일 오후 2시께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녹화 방송을 하기 2시간 전이다. 소개 글에 ‘청스타그램으로 불러주세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게시물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한심하다 대국민 사과 동영상이나 올려라”, “부끄럽게 이런 거 하지 말고 최순실을 잡아와라” 등의 글을 남겼다. 또 한 누리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뭣이중헌디 #아몰랑 #순수한마음”이란 댓글로 “순수한 마음으로 최순실 씨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을 비판하기도 했다. “무정적 댓글 다는 사람들 관리 리스트를 만들려고 인스타를 시작했나”, “독일에서 이거라도 하라고 연락 왔나”라는 반응도 있었다. “순스타그램^^”, “#그런데_정유라는?”, “#그런데_최순실은?” 등의 댓글도 보였다. 몇몇 누리꾼들은 사칭 계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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