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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통령의 변명…최순실에 책임 떠넘기기

등록 2016-11-04 21:10수정 2016-11-04 23:44

-‘최순실 국정농단’ 대국민담화-
“검찰조사·특검도 수용” 밝혔지만
분노한 민심 달래기엔 역부족

민주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
박대통령 지지율 5% ‘역대 최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 각계에서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수습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의혹 전반에 대한 해명은 물론 정국 수습을 위한 ‘권한 내려놓기’ 등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책임 떠넘기기와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노로 타오르는 민심을 추스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책임을 최순실씨 등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분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2선 후퇴’ 뜻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지도부를 제외하고는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공세 수위를 올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성이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했다”며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야당 추천) 특별검사·국정조사를 받아들이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권력 유지용’ 총리 지명을 철회한 뒤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수용한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이 계속해서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고 자리 보전과 꼬리 자르기에 연연한다면, 당 차원에서 하야·탄핵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비판적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논평을 내어 “(담화는)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보여주었다”며 “국정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맡기고 자리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에서 “진정성 없는 사과와 감성적 호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즉각 사퇴하고, 별도의 특검법에 의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주간 정례조사(1~3일 실시)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인 5%로 나타났다.

최혜정 석진환 엄지원 박수진 기자 idun@hani.co.kr

박 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대국민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믿고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 혐의로 구속되었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국민이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 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입니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 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인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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