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한국기록학회장(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사진)은 일반 공무원한테는 없는 두 가지 특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불소추 특권’과 ‘지정기록물 지정 특권’이다. 특정 기록물을 15~30년 봉인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 재임 중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 권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정기록물 지정 제도는 ‘국민의 알 권리’라는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지만, 그만큼 대통령이 많은 기록을 생성해 후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불소추 특권이 소멸했듯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도 지정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진 걸로 봐야 한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정 권한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당장은 이관을 중단하고 봉인,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록학계는 현재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을 둘러싼 논란을 ‘입법 미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채워 정상적으로 퇴임하는 것만 가정해 만들었기 때문에 탄핵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황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과 이해를 함께해도 문제지만,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받지 않은 자료에 대해 권한대행은 판단이 힘들기 때문에 비서실이나 경호실 직원들한테 일정부분 위임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직원들이 자기 보호 수단으로 이 권한을 활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정기록 제도는 조금 늦더라도 국민이 기록을 볼 수 있게 하려고 만든 것이지, 누군가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 궐위 상황을 반영한 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청와대로 문서세단기 26대가 반입된 점을 지적하며 “기록 인멸 동기와 정황이 충분한 상황이다. 특별법을 통해 청와대 관련자들이 손을 떼고 국회가 이관 작업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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