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 부처가 혼선을 빚은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한 백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의 ‘위기관리 초기대응 매뉴얼’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민1관에서 대통령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검출 대응에 대한 평가 및 제도 개선 계획’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살충제 검출 이전 단계 △최초 검출단계 △전수조사 단계 △이후 단계 등 4가지로 나눠 분석한 결과 초기 부처 간 혼선이 있었던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편하고 반영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교훈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전 과정을 정확하고 소상하게 기록해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백서를 발간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한 뒤 청와대는 바로 현안점검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에서 보고를 받았으나 계란 생산은 농식품부, 계란 유통은 식약처로 이원화된 구조여서, 모두가 한 자리 모여 의논하기까지 하루 반 정도가 걸렸다”며 “정부 부처가 이원화돼있으니 청와대 수석실도 (담당이) 나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어떤 것을 위기로 볼 것인지 매뉴얼을 세밀하게 작성해야 하고, 위기관리 과제를 30~40개 정도 설정해 매뉴얼화하자는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위기 등과 성격이 다른 민생이슈의 경우 관련 부처들 간에 업무와 역할이 비어 있는 ‘사각지대’를 사전에 인지하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빠르게 작동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식품 관리를 농림식품부나 식약처 중 어디로 통폐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한다. 업무 파악이 미숙하고 불성실한 대응으로 논란을 빚었던 류영진 식약처장에 대해선 경질 여부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23일 저녁 류영진 처장에 대한 여론보고 등을 받았고, 이후 임종석 비서실장이 류 처장에게 연락해 청와대 내 우려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응급조치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발표와 혼선이 빚어져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키웠다.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총리공관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직자에겐 ‘설명의 의무’가 있다”며 “이번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했다는 것 못지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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