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세종청사에서 다자녀 및 육아휴직 복직 공무원들과 오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연차를 쓰지 않으면 상대적 불이익을 주겠다. 업무 평가에 상당한 영향이 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쉼이 있는 삶’을 공약하며 연차 소진 및 휴가사용을 권장해 온 청와대가 ‘강수’를 던졌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차 사용과 관련해 성과평가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10월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저희가 5월 출범해 전체 연가의 70%만 발생하는데, 원칙적으로 올해 다 써야 한다. 안 쓰면 상대적 불이익이 상당폭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성과평가지표 반영 △연가보상 폐지 등을 ‘카드’로 내세웠다. 연차를 쓰지 않을 경우 본인의 업무 평가에 반영하거나, 부하직원의 연차 사용률에 따라 상사의 성과 지표에 반영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성과지표 산정방식, 가감기준을 책정하기 위해 현재 전 직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으며, 10월 중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비서관은 연차를 다 쓰지 못할 경우에도 “연가 보상을 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내규를 손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쓴 연차를 돈으로 보상하거나, 내년으로 넘기는 일을 최대한 내규를 통해 막겠다는 것이다. 이 비서관은 “연가 보상내규를 만들어 적용하면, 금년에만 3억 내외가 절감될 것”이라며 “공무원 연가 규정을 넘어설 수는 없지만, (내규를 통해) 합리적 운영지침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일이 많아서 연가를 갈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인력 증원 계획을 밝혔다. 이 비서관은 “연차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나 업무 편제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조직 진단을 해서 업무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예비비 절감으로 절약한 예산으로 일손이 부족한 쪽의 전문 인력부터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일이 많아서 연가를 못 간다면 지원하겠다. 절감 예산으로 통역, 속기사 등 특별전문직에 대해서 임시 전문공무원을 증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이 비서관은 밝혔다.
청와대는 특히 연차 소진을 위해 ‘오후 반차’를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가 오전에 일이 많아, 낮 12시가 되면 그날의 업무가 가늠이 잡히는 편이다. 만약 오후에 일이 없다면 반차를 낼 수 있다. 오후 반차를 두번 내면 연가 하루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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