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7월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교외도시 스판다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된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윤 선생의 제자들과 함께 찾아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윤이상 탄생 100돌이 되는 날”이라고 전하며, “탄생 100돌에 맞춰 통영시가 도천테마기념관의 이름을 윤이상기념관으로 바꿨다. 윤이상을 기억하고 되새기려는 통영시민들의 노력에 격려의 마음을 보탠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지난 15일,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이상 기념관’을 새로 단장하고 공식 이름도 ‘도천테마기념관’에서 ‘윤이상 기념관’으로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윤이상 기념관은 2010년 윤이상의 생가터 근처에 개관했으나, 이념 논쟁이 있는 윤이상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지명을 따른 바 있다. 지난 11일 통영시의회가 만장일치로 공식 명칭 변경을 의결하면서 ‘윤이상 기념관’ 이름을 공식적으로 쓰게 됐다.
문 대통령은 “통영은 윤이상의 음악을 낳고 키운 곳”이라며 “통영의 잔잔한 바다, 물고기로 넘쳐나는 어시장, 밭일하는 어머니의 노랫소리, 밤바다를 타고 넘는 어부들의 뱃노래까지, 어린 윤이상이 보고 느꼈던 통영의 모든 것이 음악이 되었다”고 썼다. 이어 “일제 강점기 항일무장투쟁을 준비한 혐의로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았던 청년 윤이상을 구원했던 것도 음악이었다”며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 남쪽의 작고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출발한 윤이상의 음악은 독일 베를린에 이르러 현대음악의 가장 중요한 성취가 되었다”고 윤이상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동서양의 음악을 융화한 윤이상은 ‘20세기를 이끈 음악인 20명’ 중 유일한 동양인이며, 1988년에는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 속에 악보 위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그였지만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선만큼은 끝내 넘지 못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윤이상은 베를린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 그의 음악은 낮설기만 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윤이상 탄생 100돌을 맞는 오늘, 국민과 함께 윤이상이 사랑했던 이 땅, 이 바다, 이 하늘의 소리를 그의 음악에서 발견하고 즐길 날을 기대해본다”고 썼다.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7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선생의 묘비 앞에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식수한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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