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미국으로 출국해 정상 간 다자외교의 정점이라 할 유엔 총회 무대에 오른다. 21일로 예정된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당사국으로서 내놓을 메시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문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의 대원칙을 강조하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이행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압박과 대화 병행’이라는 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은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화와 제재 사이에서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을지에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한층 강경해진 대북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문 대통령은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일본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지난 15일에는 “이런 상황에선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가 한층 제재를 옥죌 것이고,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 따른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한반도 전쟁 불가론은 고수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경고의 수위를 높이는 비례적 대응을 하면서 자연히 ‘대화’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 왔다. 섣불리 ‘대화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유엔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활용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다시 강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정신이야말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 아니냐”며 “문 대통령은 그런 모든 (압박과 제재 같은) 행위도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로 가는 귀착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엔 기조연설에서 지난 7월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조건 없는 대화’보다는 톤을 낮추겠지만, ‘대화와 압박’ 병행 기조에서 힘을 잃고 있는 ‘대화’를 다시금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베를린 구상은 계속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당분간 대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졌고, 압박과 제재에 방점을 둔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언어와 강도로 조율할지는 상황 논리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연설 직전까지도 톤 조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대화라는 용어를 1번 쓸지 10번 쓸지, 그것까지도 다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도 잡혀 있어, 21일 연설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의 유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 대통령의 연설 주요 내용을 막바지까지 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에 앞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해 19일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한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정상들에게 ‘평화의 올림픽’을 홍보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다자외교 무대 과제 중 하나다. 미국 방문 마지막날엔 유엔 연설을 비롯해 한-미-일 정상회의 등이 몰려 있다. 3자 회동에 맞춰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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