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경제인들과의 대화’에서
“서비스교역에서 미국이 많은 흑자”
‘한미FTA 한-미 서로 이득’ 강조
“서비스교역에서 미국이 많은 흑자”
‘한미FTA 한-미 서로 이득’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기업·금융인들 앞에서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이 올랐고, 상품교역은 한국이 흑자지만 서비스교역에선 미국이 많은 흑자를 보고 있다”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호혜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개정을 요구하며 ‘불공정하다’고 몰아가고, FTA 폐지까지 거론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시내 한 호텔에서 연 ‘뉴욕 금융·경제인들과의 대화’에서 “투자로만 좁혀보면 미국의 대(對)한 투자보다 한국의 대(對)미 투자가 많다“며 “새 정부는 투자에 필요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경제 전망이 좋은 한국에 많이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쪽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11년과 비교해 2016년까지 세계 무역은 12%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한-미 양국 간 교역은 오히려 12%가 증가했다”며 한미FTA가 양국에 끼친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또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크게 늘어났고, 미국산 소고기는 한국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도 수입이 3배 이상 늘어나 수입차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며 미국의 입장에서 결코 ‘불리한’ 협정이 아님을 설파했다. 이어 미국 고용시장에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앨라바마와 조지아 공장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3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3천여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한국도 자동차와 정보통신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였고 여전히 상품교역에선 한국이 흑자지만, 서비스교역에선 미국이 많은 흑자를 보고 있다”며 “상품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서비스산업에 강점이 있는 미국의 상호 호혜적 진출은 해당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FTA 유지는 미국기업들에게는 한국시장 진출의 필요조건이 될 것”이라며 한미FTA 유지에 힘을 실었다. 그는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규모가 2015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금년 상반기에도 30% 이상 감소했다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며 “한·미 FTA의 성과와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차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쪽 경제인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과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고, 문 대통령은 차분히 답했다. 외국인 투자환경 조성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개혁·재벌개혁·공정개혁이 기업 활동을 제약하거나 반기업적 경제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기업하기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며 “이것만으로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몇 퍼센트는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 새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는 지금이 한국을 믿고 투자할 때이며, 한국 투자를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재벌개혁을 어떻게 펼칠 것이냐’는 질문에, “재벌개혁은 재벌 해체나 소유·경영권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 재벌의 지배와 의사결정을 비민주적 구조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바꾸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감도 높이자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이 재벌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한국 경제의 활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으로 인한 경제 우려에는 “한국 경제는 북핵 도발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북핵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만 하더라도 올해 꾸준히 상승하여 연초 대비 19%p 상승했고, 북한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오히려 주가가 2.3%p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최고의 제재와 압박, 그리고 외교적·평화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 행사는 사전환담에 이은 오찬 간담회 형태로 치러졌으며,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 제이미 포레스 시티그룹 사장, 대니얼 핀토 JP모건 기업금융·투자은행 부문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헨리 트래비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회장 등 뉴욕 금융·기업인들 200여명이 참석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뉴욕 금융ㆍ경제인과의 대화’에서 한국경제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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