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및 2017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만들어 가자”며 재외동포들에게 “우리 민족의 평화를 향한 절박함을 전 세계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세계 한인의 날’을 맞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세계 한인회장 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회는 각 지역 한인회를 대표한 한인회장을 비롯한 동포들이 모이는 행사다. 문 대통령은 이 행사에 직접 축사를 하고, 동포사회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국민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88년 서울올림픽은 동서진영의 화해와 냉전구도 해체에 기여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이끌었다”며,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기회”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시작된다”며 “평창에서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194개국 740만 재외동포와 한인회장단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세계 곳곳에서 재외동포들이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함께 알려달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동포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리 민족의 평화를 향한 절박함을 전 세계에 알려달라. 하나 된 열정으로 전 세계가 평화 올림픽, 평창을 꿈꾸게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에 도움을 준 재외동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재외동포와 내국민들은 언제나 하나였다”며 “(재외동포들은) 지난 대선에서 75.3%라는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를 기리며 뜻을 모았다. 인도적 지원 뿐 아니라 인권운동에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또 “조국이 어려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동포사회의 연대는 실의에 빠졌던 우리 국민들에게 큰 격려와 희망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중점 과제도 소개했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국가 권력기관들의 자성과 자기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경제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갖고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주거, 건강, 안전 등 일상 속 변화들도 하나하나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으로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해외안전지킴센터’ 설치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계신 곳 어디든 충분한 영사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외공관의 영사서비스 혁신을 약속했고,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모국 초청 연수, 장학제도, 청소년 교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정주 80주년을 맞는 중앙아시아·러시아 등지의 ‘고려인’ 동포 후손들의 모국 방문을 지원하여 민족 정체성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번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큰 걱정이실 것”이라며 “저와 정부는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도 대한민국의 절박한 호소에 화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가야할 길은 평화”라고 선언하는 한편, “어려운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기에 어떤 난관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공태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조국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 자리에 모인 세계한인 대표자 여러분들께서도 조국인 대한민국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각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의 ‘평화’ 선언에 힘을 보탰다. 또 “평창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영근 독일 비스바덴 한인회장으로부터 독일의 한글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손지장을 찍어 만든 한반도 지도를 선물받았다. 한편 동포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도 이날 이뤄졌다. 서용달(84) 모모야마가쿠인대학 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이형식(80) 전 덴마크한인회 회장은 국민훈장 모란장을, 장재중(65) 소록유니재단 이사장은 국민훈장 석류장을 각각 수여받았다. 김원철(61)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한인회 이사와 차승순(69) 전 미시간한인회 회장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번 한인대회에는 각국 한인회장 400여명과 각계 초청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석기 자유한국당 재외국민위원장과 전병헌 정무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등도 함께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