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 지도부를 공개하고 연설하는 모습이 베이징 시내 상점가의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냉랭해진 한-중 관계를 풀려는 정부의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연내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쪽이 사드 갈등을 우회하는 타협안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이미 지난 7월6일 독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에 우리 대통령의 방중에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 주석에게 보낸 연임 축전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주석님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거나 문 대통령의 방중이 확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아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한 직후 열려, 중국이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가다듬기에 좋은 시점이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난 13일엔 한-중 통화 스와프 만기 연장이 이뤄졌고, 24일에는 2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아펙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사드 문제나 중국의 경제 제재 조치 해제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연내 방중하고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시 주석이 답방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걸림돌은 사드를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동북아 지역의 전략 균형을 파괴해 국익을 훼손한다는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사드 배치로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문 대통령 방중을 수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중국이 내걸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중국이 이러저러한 조건을 걸고 정상회담이나 합의문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이 서로 사드 배치 갈등을 우회하는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으로선 문 대통령의 방중보다 방일이 먼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외교적 체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그동안 자신들의 안전이익과 관련된 건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협상하지는 않아도 자신들이 이 문제를 풀 안을 만들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기엔 양쪽 모두 부담이다. 경제계에서는 중국의 사드는 경제보복의 표면적 이유일 뿐이며, 이면에는 자국 산업 보호·육성을 위한 보호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업종(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은 한국 수출기업들을 가혹하게 제재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나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한국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업종은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엘지의 오엘이디 기술 투자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드 갈등을 푸는 묘책 가운데 하나로 중국이 원하는 첨단기술 분야 투자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중국 전문가인 이반 첼리치체프 교수(일본 니가타대학)는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실은 칼럼에서 “중국이 사드 보복을 하는 진짜 이유는, 휴대폰에서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포위하는 등 중국의 산업·기업 경쟁력이 커지면서 한국을 이제 ‘경쟁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김지은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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