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기존 5대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 이력을 추가한 7대 배제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첫 내각 구성을 마친 뒤 나온 탓에 ‘뒷북 개선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 임용기준 강화와 관련해, 기존의 5대 비리를 7대 비리, 12개 항목으로 확대하고, 고위공직 임용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비리의 범위와 개념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경력 등이 있는 이들은 고위공직자 임용 과정에서 배제된다. 새로 마련된 안은 차기 감사원장 후보자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새로 포함된 음주운전 기준의 경우, 최근 10년 이내에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하거나, 10년 이내 한 차례 했더라도 신분을 허위 진술했을 때는 임용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을 거라고 봐서 2회로 기준을 마련했지만 1회라도 고의성이 있으면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관련 범죄의 경우 여성발전기본법(지금의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나 회사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을 원천 배제 대상자로 삼았다. 기존 5대 원천 배제 원칙은 좀더 구체화했다. 적용의 모호함이 계속 지적됐던 위장전입은 “인사청문 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 학교 배정 목적으로 2차례 이상 위장전입한 경우”로 기준을 정했다. 논문표절 역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개정된 2007년 2월 이후 일어난 행위를 배제 기준으로 삼았다. 청와대는 “7대 원천 배제 원칙 기준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각각의 비리와 관련해 고의, 상습, 중대성이 있는 경우에는 임용을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음주운전 경력자는 경찰·법무 분야에서, 병역 기피자는 외교·안보 분야 고위공직자 임용 때 더 자세히 검증하는 등 임용 예정 직무와 직접 관련된 비리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7대 비리 관련 질문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해 국민들과 공직 후보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준안은 청와대가 첫 내각을 모두 완성한 다음날에야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정부 출범 195일 만에 18개 부처 장관 임명을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 마련된 안은 소급적용되지 않고, (시점 기준이 있어) 소급하더라도 배제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이낙연 국무총리(1989년 딸 위장전입)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1991년 음주운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2000년 딸 위장전입),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1994~96년 3차례 딸 위장전입) 등의 사례는 해당되지 않는다. 1기 내각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5월과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인사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날에야 뒤늦게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임용기준 발표에 대해 “취업시킨 다음 취업규칙을 발표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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