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 올림픽이 열리는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스키점프대에 7일 오전 눈이 쌓여 있다. 평창/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청와대가 7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겨울올림픽에 러시아 참가 불허’ 결정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수들이 원한다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게 할 것”이라는 뜻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평화올림픽’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다행스러운 일이며 우리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겨울올림픽 강국인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참가 불허) 결정으로 정부가 걱정하고 염려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최악은 피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우린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보이콧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길 원한다면 올림픽에서 겨루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한 겨울스포츠 강국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평창 구상’을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2018년 평창은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이라며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중·일·러 정상들에게도 “평창에 오시라”고 초청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평창올림픽(2018년 2월9~25일)과 기간이 일부 겹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외부 여건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9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쏘며 정세를 더 악화시켰다. 북한은 지난 1일 유일하게 자력 출전권을 따낸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출전을 포기했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도 불참을 통보해 흥행에 김을 뺐다. 이런 가운데 날아온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러시아 출전금지 결정은 또 하나의 대형 악재였다.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최대한 유도하는 등 평창 올림픽 흥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노력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성명을 내어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한-러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많은 러시아 선수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19명을 러시아 국적이 아닌 중립선수로 내보낸 적이 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12일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밝힌 방침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6일(현지시각)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 여부에 관해 “(북한의 상황이) 날마다 바뀐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수 보호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에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연철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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