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순방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11일 방송됐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중국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둔 12일 공식 일정 없이 방중 준비에 집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신뢰 쌓기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를 넘어선 협력 강화가 고민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뜨거운 감자’인 사드 문제는 당장 해법이 없는 만큼 시간을 두고 풀자고 중국을 설득할 작정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뷰에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나가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해나가면서 양국 간의 경제·문화 또는 정치·안보·인적교류·관광 이런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자 덩샤오핑이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제시한 해법과 닮았다. 실용,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한 덩샤오핑은 1978년 10월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센카쿠 열도 분쟁에 관해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내버려두는 것이 비교적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더 내버려둬도 괜찮고, ‘10년’(다음 세대, 다음다음 세대)이 지나 처리해도 된다. 우리 세대 사람들의 지혜가 부족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으나 좀더 ‘현명한 우리 후세들’은 반드시 양쪽이 모두 받아들이는 해결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신뢰 쌓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시 주석이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3시간24분 동안 읽은 연설문을 정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시시티브이>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의 가장 큰 목표를 한·중 양국 간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라고,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시 주석과 세번째 만나는 만큼 라오펑유(老朋友), 오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 주석의 인상에 관해선 “말과 행동에서 아주 진정성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구체적 방중 일정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베이징에 도착해 재중한국인 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을 한 뒤 14일에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15일엔 베이징대 연설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 면담이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 및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 오찬 회동을 하고, 오후엔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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