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뒤 중국이 취한 보복 조처를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두 나라 정부 당국 간 관계 정상화는 물론 그동안 위축됐던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중국 경제 총괄 책임자이자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 총리에게 기업과 경제 분야의 고통 해소를 위한 중국 정부의 조처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한달 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 총리와 회동할 때도 한국 기업의 구체적인 애로점을 거론하며 중국의 협조를 부탁했다. 당시 “중-한 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던 리 총리는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업과 조치들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부처 간 채널 재가동 요청에 즉각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단됐던 양국 간 협력 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경제·무역·에너지 분야에서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언급하면서 후속 사업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발언은 사드 여파로 중국이 취해온 유무형의 보복 조처를 해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문화, 환경, 에너지, 미래 산업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협력해가기로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공동 저감 △의료협력 △서해 수산자원 보호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인적·문화적 교류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리 총리는 “중-한 간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으며 양국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돕는 방안도 구체적인 실물로 화답했다. 리 총리는 “한국의 겨울올림픽 조직 경험을 중국이 배울 것이며, 이 기간 동안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한 한국 관광 제한 조처를 풀 뜻을 표시한 셈이다. 리 총리는 사드 문제를 의식한 듯 “양국은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저는 중-한 관계의 미래를 확신한다. 양국은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중 관계의 미래를 낙관했다.
두 사람은 회담 머리발언부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바둑에 비유하자면 미생의 시기를 거쳐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완생을 넘어 상생의 시기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일주일이 지나면 중국에 동지가 올 것이다. 동지라는 말은 겨울이 지나간다는 것이고 봄이 찾아온다는 뜻”이라며 “중-한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장 격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중국 공산당 서열 3위)과도 면담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국회와 전인대 사이의 긴밀한 소통과 교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 발전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고 이미 방중 목적은 달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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