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문재인정부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5일 “개헌안 준비” 지시는 정부가 한반도 정세의 전환점으로 삼아 총력을 쏟고 있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9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나왔다. 야당의 반발 등 전선 확대와 에너지 분산 가능성을 개의치 않은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개헌 이슈가 묻히기 전에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방침에 쐐기를 박으며 국회에 개헌안 합의 도출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회 논의와 별개로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할 것을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에 지시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연말 개헌’ 주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개헌을 더는 여야 합의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 실시 20일 전까지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이 이뤄져야 하고, 이보다 앞서 최소 60일 동안 개헌안 심의 기간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늦어도 3월20일 이전에는 개헌안이 국회에 발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만들면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발의할 수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발의한다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방침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헌 작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 전에 정부가 개헌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민 의견 수렴과 개헌안 마련을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 예정이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5일 통화에서 “개헌안의 중점은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 기본권 강화에 맞춰질 것 같다. 이런 내용을 담아 7일 개헌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시도지사 간담회 등에서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를 중심으로 한 개헌에는 여야가 정쟁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왔다. 문 대통령은 여야 간 쟁점인 권력구조(정부형태)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합의를 이뤄낼 수 없으면 그 부분은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한다”는 당론을 정해,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해구 위원장은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내용도 정부안에 담을 것”이라며 “최종 선택은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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