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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는 내실’…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조급증 경계

등록 2018-02-18 20:57수정 2018-02-18 21:45

‘우물가 숭늉 찾기’ 발언 왜 나왔나
청 “북-미대화 이뤄져야 성과 담보
이제야 우물에서 물 긷는 단계”
미국엔 북한과 대화분위기 조성
북엔 비핵화 논의 전향적 자세 촉구
미와 갈등 줄이며 국제공조도 염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보다는 성과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안에 있는 평창겨울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성급한 기대로 고조된 조기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신중하게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이다. 단발성 정상회담보다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여건을 만드는 데 당분간 힘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 내외신 기자 워크룸에서 노고를 격려하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 내외신 기자 워크룸에서 노고를 격려하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전격적인 방북 요청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했고, 지난달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어떤 참모들보다 제일 신중하고 긴 호흡으로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아직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이 덜 마련돼 있다고 여긴다. 비유하자면 숭늉을 끓이려고 이제야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물을 긷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둘러싼 양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평창 프레스센터에서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남북 대화뿐 아니라 북-미 간 대화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국가안보실은 물론 외교부, 통일부를 통해 미국 대사관 등과 접촉하며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이뤄졌다. 청와대 쪽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길 귀기울이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노력해온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어 반길 만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 쪽에도 핵이나 미사일 문제에 관해 좀더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쪽에 적어도 비핵화 논의는 시작하겠다는 정도의 자세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제 안정을 원하는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 사이의 절충점을 조율해 양쪽을 마주 앉게 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미국만큼이나 북한에도 좀 더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줄이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 같다. 정부 당국자는 “북 핵·미사일 문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선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 북-미 대화 국면과 맞물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정인환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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