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올해 99돌을 맞은 3·1절 기념식은 처음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마당에서 열렸다. 이곳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순국하거나 옥고를 치른 곳이다. 1945년 8월15일 해방을 맞기까지 10만여명에 이르는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형화된 정부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참여해 3·1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는 생동감 있는 행사를 준비하자”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기념식 장소로 꼽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도착해 박경목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장의 안내로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됐던 감방을 둘러봤다. 이어 기념식은 오전 10시 문 대통령 부부가 5명의 독립유공자 후손과 함께 식장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이어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로 시작하는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됐다. 독립선언서는 박유철 광복회장, 독립운동가 후손 김세린, 강충만 학생, 성우 강규리 씨, 독립운동가 후손 오기연 학생, 안중근 의사의 독립투쟁을 그린 뮤지컬 ‘영웅’에서 안 의사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욱씨가 나눠 낭독했다. 배우 신현준씨가 김소월 시인의 시 ‘초혼’을 읽고, 해금 연주자 김용선, 무용가 전수현, 국악인 왕기철씨가 추모 공연을 벌이며 독립운동가들의 넋을 위로했다.
1일 오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기념식후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일 오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 후 독립문까지 행진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자들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 당시 사용한 6종류의 태극기를 들고 도열한 국방부 의장대 앞에서 고 조양원 선생(건국훈장 애국장), 고 이용국 선생(건국훈장 애족장), 고 지광호 선생(건국훈장 애족장), 고 이긍하 선생(건국포장), 고 김윤국 선생(대통령 표창) 등 5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했다.
기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검은색 두루마기로 갈아입고 어린이들과 대형 태극기를 맞잡았다. 이들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독립문 앞까지 400여m를 행진했다. 유관순 열사와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선생 등 독립 운동가들의 초상과 ‘자주독립' ‘나라사랑' ‘평화정의’ ‘독립만세’ 등의 문구가 적힌 만장이 뒤를 따랐다. 독립문 앞에 멈춰선 문 대통령 일행은 임숙자 3·1 여성동지회장의 선창으로 만세삼창을 했다. 문 대통령은 가수 크라잉넛이 ‘독립군가’ 공연을 하는 가운데 태극기를 들었던 어린이와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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