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맨 왼쪽),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장(왼쪽 둘째)의 영접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북특사단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5명의 대북 특사단은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 했다.
대북 특사단이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게 오후 2시50분(서울시각. 평양은 2시20분)이고, 김 위원장을 만난 건 오후 6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특사단에게 면담 여부를 확답하지 않다가 마지막날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방북했을 때나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방북했을 때 방북 마지막날 손님을 만났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방북 첫날 사실상 대북 특사단이 도착하자마자 접견하고 만찬까지 했다. 청와대 쪽은 이날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접견·만찬 일정이 사전 조율돼 있었음에도 이른 오후까지도 이 약속이 지켜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6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김 위원장으로서는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특사단은 오후 1시49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기편으로 이륙해, 1시간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대북 특사가 평양 땅을 밟은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북쪽은 대남라인을 총출동시켜 특사단을 맞았다. 순안공항 기내로 리현 북한 통일전선부 실장이 들어와 영접했고 공항에서는 지난달 평창겨울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특사단을 맞았다. 특사단 일행과 리 위원장, 맹 부부장은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10분간 환담을 나눈 뒤 오후 3시40분 숙소인 대동강변의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했다. 초대소에서는 미리 나와 있던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특사단을 맞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 대동강변의 고급 휴양시설로 북쪽의 영접인사 면면이나 경호, 숙소 준비 상황 등으로 볼 때 북쪽이 남쪽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특사단이 전해왔다”고 말했다.
특사단 일행은 오후 3시40분부터 15분 동안 김 부위원장, 리 위원장, 맹 부부장과 함께 방북 일정을 놓고 협의를 했고,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만찬을 저녁 6시부터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대북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접견과 만찬은 방북 전인 지난달 김영철 부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평창 접견 때 조율된 대로 이뤄졌다. 김 대변인은 “6일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더는 없는 것으로 안다. 오늘 큰 틀에서 이야기를 하고, 그 지침 아래 6일 회담을 통해 실무적 내용을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용 수석특사는 출국 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방북 대국민 인사에서 “이번 방문은 평창겨울올림픽 계기에 북쪽에서 특사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지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국내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수석특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방북 출발을 보고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과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오후 5시35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대표단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며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리선권 동지를 비롯한 관계 부문 일꾼들이 대표단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성연철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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