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별사절단 수석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왼손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들려 있다. 맨 오른쪽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보인다. 청와대 제공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의미있는 ‘우스개’를 건넸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9일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쪽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남북간 합의가 도출된 뒤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14일 오전 5시27분께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 12형를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 핵무력완성을 선언한 11월29일 오전 3시17분께 아이시비엠(ICBM)급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북이 새벽 3~6시 사이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왔다. 김 위원장은 남북이 합의한 6개항 가운데 ‘남북 정상간 핫 라인을 설치’에 대해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북쪽 실무진이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이번 대북특사단의 숙소가 과거 방북한 남쪽 주요인사들이 머물던 백화원초대소가 아닌 고봉산초대소로 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고봉산 호텔에 묵는다고 들었다. 백화원초대소가 공사중이라 이용하지 못하니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자기들은(북쪽 고위급대표단) 남쪽에서 대접 잘 받고 돌아와놓고 (대북특사단 대접에) 소홀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웃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자 대북특사단의 숙소와 의전 등에 각별히 신경썼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3차 정상회담 대신 2018년 정상회담으로 써달라”며 “한번하면 문재인-김정은 1차 정상회담, 두번하면 2차 정상회담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차례 이어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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