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둘째)과 서훈 국가정보원장(맨 오른쪽)에게서 방미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국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2일부터 역할을 나눠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방문한다. 두 사람은 주변국에 북·미 방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남북 및 북-미 관계 급진전을 환영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중국과,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며 ‘패싱’을 걱정하는 일본 등을 안심시키며, 한반도 평화가 주변국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성원해주신 덕분에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이어서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도 성사될 것 같다”며 “앞으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조기 달성, 또 그것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두 분의 결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용기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귀국 뒤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등 방미 결과를 보고했다.
12일부터는 주변국 설득전도 본격화된다. 정의용 실장은 12~13일 중국을 방문한 뒤, 곧바로 15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서 원장 역시 12일부터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이틀 동안 일본을 찾는다. 정 실장은 중국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중국이 견지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체제 협상 동시 추진)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진행 중인데도 정 실장을 만나는 일정을 마련했다. 또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쌍중단 쌍궤병행’ 방안이 대화 국면 조성에 이바지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중국의 구실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 일행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 실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는 ‘동방경제’ 정책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은 아직 조율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는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특사단을 만나는 것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검토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서 원장 일행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김 위원장이 약속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 일본에도 득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고 우방국으로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고 의심을 내려놓은 뒤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말할 것 같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참석한 당사자에게 한국 정부 발표에서 밝히지 않았던 점을 직접 듣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 등 주변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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