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오전 중국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서, 지난 5~6일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진행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특사 외교’가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였던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5월 북-미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내고, 중·일·러한테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 양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 상황의 긍정적 발전과 남북 간 화해·협력 분위기를 크게 환영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한반도 상황이 ‘견빙소융 춘난화개’(堅氷消融 春暖花開·단단한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오고 꽃이 핀다)와 같다. 적극 지지하겠다”고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도 소개했다. 아울러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한-중 고위급 안보전략대화를 위해 오는 21~22일 방한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정 실장은 일본을 다녀온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50분 동안 문 대통령에게 방문 결과를 보고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잘 구성하고 한반도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는 만큼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한반도 주변 주요국인 미국·중국·일본·러시아로부터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에서 “항구적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속을 받았다. 백악관 방문 5시간 만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북한 비핵화’를 주장해온 미국을 설득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후 중국으로 간 정 실장은 12일 시 주석을 만나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는 답을 받았다. 서 원장은 13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일본도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하는 것을 평가한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는 말을 이끌어냈다.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중국의 우려를 불식했고, 남북 대화를 경계하던 일본의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정 실장은 러시아 대선(18일) 탓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진 못했지만 러시아에서도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만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 등의 4강 방문 결과에 대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특히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운전자론을 확립했다.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오랫동안 문 대통령 곁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만들어온 ‘복심’ 서 원장과, 미국과 신뢰를 쌓은 정 실장이 무게감과 균형감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평했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9차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대북·대미 특사단 방문과 중국·일본·러시아 방문 결과를 평가하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범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연철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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