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시하며,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정으로서 그 어떤 상황과 조건하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이어 개최될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성하겠다”며 “과거의 실패에서 비롯된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35분간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적극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매 단계마다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가기로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움직임과 관련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윤 수석이 밝혔다. 한-미 공조 과시를 명분 삼아, 한국 철강 제품에 미국이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완화해달라고 에둘러 요청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사실상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양보를 요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평화가 남북정상회담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관계를 개선해야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방북해 첫 정상회담을 하고 ‘평양선언’을 발표한 상황을 언급하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일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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