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 세제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아부다비/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와 외교·국방 분야 고위급회담을 신설해 논란이 됐던 양국 간 비밀 군사협약 문제를 논의해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공식방문 이틀째인 이날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양국 외교·국방 차관급 협의체를 새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중동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난번 잡음이 일긴 했으나 두 나라 사이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간 협력 분야에 국민의 공감을 얻게 됐고, 이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로 갑자기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뒤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를 대가로 국회 동의 없이 아랍에미리트와 무리한 비밀 군사협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비밀 협약에 “‘아랍에미리트 유사시에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양해각서(MOU) 내용 속에 좀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그 부분들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아랍에미리트 쪽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가겠다”며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 세제와 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두 나라가 외교·국방 차관급 사이에 2+2 협의체를 신설한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12월 21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두 나라 사이의 비밀 군사협약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논란을 해소하고 정리하는 입구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는 임 실장과 연초 무함마드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두 나라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가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 임 실장과 칼둔 행정청장이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애초 15분 예정이던 정상회담은 1시간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두 정상은 아울러 에너지, 건설·플랜트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를 넘어 지식재산,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우주 분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제에게 “우리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정상은 △재생에너지·에너지 신산업 △특허행정 △과학·정보통신기술 분야 등 협력을 담은 5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아랍에미리트 재외동포를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26일엔 무함마드 왕세제와 함께 바라카 원전을 방문하고, 27일에는 아크부대를 격려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아부다비/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