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5일 흥남철수 당시 북한 피난민을 태우고 남쪽으로 내려온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답장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메러디스 빅토리호 항해사로 흥남철수 작전 성공에 기여한 벌리 스미스(89)씨가 1월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최근 문 대통령의 부모님이 1950년 크리스마스에 흥남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탑승했던 피난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4월5일부터 이틀간의 방한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나 흥남철수 이야기를 아는 지인을 거제도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 “문 대통령은 답장을 통해 감사와 환영의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흥남철수작전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불리해진 전황을 맞아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하던 국군과 미군이 약 10만 명의 피란민을 경상남도 거제로 이송한 작전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은 “스미스씨를 비롯해 씨맨십(선원정신)을 가진 훌륭한 선원들이 없었더라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나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마음같아서는 직접 부산에서 맞이하고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대통령으로서 일정이 허락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 나의 어머니도 연세가 91살로 고령이어서 인사드리러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에서 “부모님은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고향을 떠났다. …피난은 미군 엘에스티(LST·병력이나 전차를 상륙시키는 군용 함정) 선박으로 이뤄졌다. 피난민들은 미군이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지도 몰랐다. 2박3일 동안 배 밑창에서 생활했다. 미군의 통제가 느슨했을 때 사다리를 타고 갑판위로 올라가 볼 수 있었다. 그때 육지 쪽의 불빛이 가깝게 보였는데 포항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행선지가 남해안 지역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중에 크리스마스라며 미군이 사탕을 몇 알씩 나눠주기도 했다. 미군이 피난민을 데려다 준 곳은 거제도에 임시로 마련된 피난민 수용소였다. 어머니는 흥남을 떠날 때 어디가나 하얀 눈 천지였는데 거제에 도착하니 온통 초록빛인 것이 그렇게 신기했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 국장이 저를 대신해 귀하와 일행분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오찬도 대접하고 거제에서 흥남철수에 대한 설명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유엔군 6·25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에 준해 스미스씨 일행의 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4월6일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의 흥남철수작전기념비에서 빅토리아호를 이끌었던 레오나드 라루 선장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선원 등을 위한 추도행사를 거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라루 선장은 한국전쟁 뒤 미국 뉴저지주 세인트폴 수도원에서 수도사로 살다가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청와대는 “스미스씨는 미국에서 가져온 성조기와 마이애미시기들 거제포로수용소 유족공원에 기증하고, 문 대통령 기념시계를 감사선물로 받게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 생존 승선원 중 한 명인 로버트 루니 씨를 만나 감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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