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사흘 전인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18.4.24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아베 총리와 4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하며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달 16일에 이어 40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가’라는 아베 총리의 물음에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아베 총리와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성공은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 일본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일-북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잘될 경우 북-일 대화나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한 문 대통령에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일본과 북한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평양선언에 입각해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일 평양선언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발표한 선언으로 국교 정상화를 위해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란 용어를 쓴 것은 북한과 일제 강점 기간에 관한 배상 문제까지 해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고, 북-일 수교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제기해온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언급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이미 기회가 닿는 대로 북쪽에 납치 문제를 이야기했다”며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다.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있어 일본 등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청한 것이기에 상호 협조하는 정신으로 문 대통령도 정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정상회담 뒤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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