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이 폐쇄 선언을 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한다. 아울러 2015년 이후 30분 차이가 났던 남북의 시간도 다시 서울 시각으로 통일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핵 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의 표준시를 서울시각으로 통일하는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발표한 바 있다. 윤 수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푸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시행할 것이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 정상회담에서 “일부에서는 못쓰게 된 것(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핵실험 시설보다 훨씬 큰 두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즉시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에 대해서는 북쪽이 준비되는대로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대화하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에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 약속을 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 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 한 민족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면서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이를 관리하고 방지할 실효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와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이 서울 표준시보다 30분이 늦는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이 27일 오후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 간 환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평화의집 대기실에 시계가 두개 걸려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간, 하나는 평양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를 보니 매우 가슴 아팠다.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 이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쪽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표준시 통일은 북쪽 내부적으로 많은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임에도 김 위원장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국제사화와의 조화와 일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이자 향후 예상되는 남북, 북-미간 교류협력에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5년 8월15일 표준시를 동경 127도30분 기준으로 변경하고, 이를 ‘평양시간’으로 명명한 바 있다. 북한의 평양 표준시는 우리보다 30분 늦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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