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이 종전·불가침 약속하면 왜 핵 갖겠나”

문 대통령과 회담서 ‘완전 비핵화’ 강한 의지
“풍계리 핵실험장 5월 폐쇄…국제사회에 공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북쪽이 준비한 마술 공연을 관람하며 밝게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카드와 지폐 등을 이용한 마술 공연에 사용된 듯한 지폐를 들고 있고, 김 위원장은 검지손가락을 펼치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대화하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에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 약속을 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북-미 신뢰구축과 체제보장을 전제로 핵 폐기 검증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부 핵실험장 폐쇄(폐기)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북한 핵실험장 폐쇄 공개 방침에 대해 즉시 환영했고, 양 정상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 등에 대해서는 북측이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북부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뜻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따른 결정이지만, 폐쇄 장면 대외 공개는 남북이 사전 조율한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조선전쟁(한국전쟁 또는 6·25 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한민족이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이는 지난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별사절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쪽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한 것보다 진전된 발언으로, 문 대통령과 합의한 종전선언·평화협정 추진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남북 정상은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적대행위 전면 중단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5월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김보협 성연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