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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노벨평화상?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

등록 2018-04-30 18:22수정 2018-05-01 08:08

남북정상회담 비화 공개
“김정은 위원장, 북미회담 물어와 문 대통령이 대답”
문 대통령 “도보다리 대화,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김 위원장 인상? “솔직 담백하고 예의 바르더라”
“농구팬 김 위원장, 남북 농구부터 교류 제안해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한국사진공동취재단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 문 대통령이 바로 옆 집무실에서 나오자 수석·보좌관 회의 참석자들에게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머쓱한 듯 웃음을 지으며 “누가 시킨 거에요? 하여튼 뭐 기분은 좋네요”라며 함께 박수를 쳤다.

남북정상회담 뒤 처음 열린 이날 회의의 주제는 정상회담 성과와 후속조치 논의였지만 참모들은 궁금증을 억누르지 못했다. 회의 도중 질문들이 쏟아졌다. 참모들의 질문 공세에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뒷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상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했다. 이에 주영훈 경호처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만찬장에 올라가려 할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먼저 타도록 손짓을 했고, 리설주 여사가 타려하자 슬그머니 손을 잡아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1953년생이고 김 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문 대통령이 31살 위다.

전 세계에 묵음으로 생중계 된 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벤치 밀담에 관해 문 대통령은 “도보다리 산책에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는데 회담 뒤 청와대에 돌아와 방송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 좋더라”며 “새 소리가 나는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나쁜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무장지대를 잘 보존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큰 자산이 돼 돌아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도보다리에서는 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묻고 문 대통령이 말씀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두고 ‘우문현답’을 주고 받은 이야기도 전했다고 한다. 회담 도중 김 위원장이 “이 전화는 정말 언제든 걸면 받는 거냐?”고 ‘천진한’ 물음을 던지자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다.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들이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거다”라고 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남북 스포츠 교류를 농구로 시작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도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초정해 여러차례 농구경기를 관람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남북 스포츠교류를 할 때 경평(서울-평양)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면서 “과거 세계 최장신이던 리명훈(235㎝) 선수가 있을 때만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엔 약해졌다. 이제 남한의 상대가 안될 것 같다. 남한엔 2m가 넘는 선수가 많지요?”라고 물었다고 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 소떼 길에서 한 기념 식수서 쓰인 백두산 흙의 사연도 풀어놨다. 문 대통령은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에게 들었다면서 “백두산은 화산재로만 덮여서 백두교에서 장군봉 마루까지는 흙이 없어서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풀인 만경초를 뽑아 그 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 모아모아 가져온 것이라고 하더라. 그냥 몇 삽 퍼서 가져온 게 아니라 정성이 담겨있는 흙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북한의 평양 시간 수정에 관해 ‘누군가 미리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한 참모의 물음에 “그 자리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같이 있었는데 김 부부장도 ‘저도 여기서 처음 듣습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큰 일을 하셨다. 노벨 평화상을 받으시라’는 축전을 보내왔다는 보고를 듣고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하면서 “김 위원장이 ‘무력 사용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것 아니냐며 문 대통령에게 불가침 약속을 확약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보여주기식 (북-미)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또 “남북 정상이 개성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 문 대통령이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도 계속 협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성연철 서영지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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