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서 열리는 3국 회의 관련
“판문점 선언 지지 내용만 포함” 밝혀
‘비핵화 주체’ 북·미 자극 불필요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특별성명에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표현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의 주체는 정상회담이 예정된 북-미 양자라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하려는 것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3국 정상의 지지 특별성명”이라며 “그 외에 시브이아이디와 관련된 내용이나 문구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 지지 특별성명 초안을 이미 중국과 일본 쪽에 회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나흘 전에도 이같은 태도를 밝힌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중일 정상회의 특별성명에 시브이아이디나 대북 제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시브이아이디 표현을 정상회의 특별성명에 넣지 않으려는 것은 비핵화 문제를 다룰 주체가 한중일이 아닌 북-미 양자로 보기 때문이다. 북-미가 다룰 문제에 한중일이 각자의 입장에서 개입하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에 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더구나 아직 북-미가 비핵화 방식을 두고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않았고, 북-미 회담 장소와 시기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불필요한 자극이나 훈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과 일본에 요청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문점 선언에 관한 지지”라며 “이 외에 우리가 중, 일이 요구하는 이런 저런 조건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다음달 8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쪽은 “실무선에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지7 이전에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등 북-미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남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도 나눌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7이 북-미 회담 결과 등에 대한 국제 사회 지지를 요청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